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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평점 :

#도서협찬 #다른세계에서도
다양한 인물물들이 등장하는 8편의 단편 모음집 『다른 세계에서도』는 책을 한참이나 들고 다니며 몇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았던 글이었다.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 / 다른 세계에서도 / 라이파이/ 부태복 / 컨프론테이션 / 눈빛이 없어/ 너를 따라가면 / 참 (站) 하나하나의 단편이 독립적인 하나의 이야기 자체로도 묵직한 여운을 주며, 어쩌면 나의 삶, 누군가가 살았던 삶, 그리고 시간과 역사 속의 삶과 세계를 이야기한다.
현시대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윤리적인 문제를 소설로 풀어나가는 이현석의 글은, 그저 모른 척 살아갈 수 있는 일들도 생각하게 끔 만드는 리얼리티가 있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때론 너무도 묵직해서 다음으로 넘어가기 쉽지 않았던 건, 이들의 삶이 이대로도 괜찮을 것이라고, 우리도 우리의 세계에서 잘 살아갈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하는듯했다. 사실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지?' 하는 생각 한 편 단편 하나하나의 내용을 이해하고 싶어, 문장을, 단편 전체를 결국은 한 권의 책을 몇 번이고 들춰봤던 책이다. '가장 동시대적인 윤리를 서성이며 구축하는 질문들'이라는 책표지의 문장답게 그의 인물들은 우리가 잊었거나 잊을뻔한 질문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석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책이다.
"사랑, 그거 안 하면 안 되나? 그냥 안 하면 되잖아!"
(···) "'참을 수 있잖아! 괴로워도 참을 수 있잖아. 참다 보면 사라지잖아, 아빠 어른이잖아!' 그리고 제가 물었어요. '나는, 나는 안 사랑해?' 그러니까 아빠가 이래요. '유나야, 당연히 아빠는 유나를 사랑해. 누구보다 유나가 잘 알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이 날 너무 필요로 하고 나도 그 사람이 절실해. 무슨 말인지 이해해? 언젠가는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는 펑펑 우는데, 저도 참 독한 것이 그때는 눈물 한 방울 안 나오더라고요. 엄마 죽었을 때도 똑같았어. 오지도 않을 거면서 전화는 왜 해서, 왜 울기만 하는지, 용서할 수 없다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고함을 쳤어요. 그게 무슨 순애보야. 너무 웃기지 않아요? 요즘은 애들도 안 그러는데....." _23~24p. #그들을정원에남겨두었다
당신이 없는 지금 이곳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자매 해수가 나와 함께 정동길을 걸으며 서로가 꿈꾸었던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때와 다름없이, 우리가 나란히 각자의 두 발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당신이 없는 그곳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_70p. #다른세계에서도
"나만 살았슴다.... 나머진 다 뒈졌소." _126p. #부태복
그런데 이 변호사님은, 사람이 사람을 그냥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뇨. 나는 가지튀김을 씹다 말고 천연덕스레 대답했다. (···) 그럼요. 매일 영혼을 팔잖아. 그것도 헐값에. 사람 저울질하는 것쯤이야. _159p. #컨프론테이션
#이현석 #자음과모음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자모단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