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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ㅣ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도서협찬 #인간에맞지않는
이형성 변이 증후군. 이 기묘한 병에 대해서,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반드시 변이된 본인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모... 더 나아가서는 가정 그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발병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_243p.
사회적인 현상으로 번지기 시작한 '이형 변이 증후군' 사회적으로 낙오된 10~20대의 청년층에 주로 나타나고 있는 증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그로테스크한 생명체로 변화해 버리는 증상. 고교 중퇴 후 집에서 은둔하고 있던 유이치도 어느 날 벌레가 되어버린다. 언젠가 방에서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렸는데, 벌레가 되어버린 아들.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벌레를 아들로 보아야 할까? 미하루는 사회적으로 죽음을 선고받은 유이치를 지켜보고자 하지만 남편인 이사오는 진단을 받자마자 내다 버리자고 냉담하게 돌아선다. 그저 평범하게 보통의 삶을 살았으면 했던 아들의 변이로 그들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미하루.
인간이 다른 종으로 '변이'한다는 소재를 통해 가족이라는 틀을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의 의무감, 부모의 기대와 어긋나버린 기대로 인한 좌절, 사회적인 편견 등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가족'의 이야기이며,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상적인 엄마로 보였던 미하루, 하지만 후반부 유이치의 심경이 드러나면서 과연 부모와 자식, 그리고 가족은 무엇일까? 부모는 자식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낙오된 청년들의 모습은 그들만의 잘못인가? 등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극한의 상황에 다다랐을 때, 인간은 가족을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의 형태를 잃게 되는 병으로 인간 존재를 들여다보는 사회파 미스터리! 이제,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봐야겠다.
"우리 아들 유이치는 이제 죽었어."
"그럼 저 뒤에 있는 건 대체 뭔데요?"
...(중략)... "그냥, 흉측한 생명체야." _24p.
반항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다루기 쉬워서 착한 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등교 거부 같은 은둔형 외톨이였던지라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에만 눈을 돌렸다.
미하루가 생각하는 행복한 인생이란, 보통 대학을 나와서, 보통 회사에 취직하고 보통의 가정을 꾸리고, 보통의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 '보통'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가? 지극히 평균적인 생활의 수준. 가난하지도 않고, 유복하지도 않고, 중간 정도의 것. 물론 위를 지향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아래여서는 안 된다. 바닥이어서는 안 된다. .... 왜 안 되는가? 고생하기 때문이다. 괴로움을 겪기 때문이다. 힘든 경험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불편한 생활을 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_261p.
아이에게는 유일한 존재일 부모, 그 누구보다도 자기편이어야 할 부모에게 계속해서 부정당하면, 비뚤어져 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모습이 이형이 되기 이전에 마음이 이미 이형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그냥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으니까. _321p.
자신은 부모고 유이치는 자식, 그러니 정당한 취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이 일반적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왜 그런 건지, 아이였던 시절에는 부모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을 텐데, 부모의 입장으로 바뀐 순간 그걸 모르게 된다. 완전하게 시점이 바뀌어버렸으면서도 아이의 기분을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나선 모양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져가는 것이다. _324p.
사람이 이형이 되고, 이형이 사람이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세상이기에 앞으로의 미래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상할 것이 없다. ... (중략)...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현실은 얼마든지 변용된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움켜죌 것인가. 그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저마다의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_369~3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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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