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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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흐름'은 열 권으로 하는 끝말잇기 놀이입니다.

한 사람이 두 개의 낱말을 제시하면, 다음 사람은 앞 사람의 두 번째 낱말을 이어받은 뒤, 또 다른 낱말을 새로 제시합니다.

하나의 낱말을 두 작가가 공유할 때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까요.

그것은 쓰여지지 않은 문학으로서 책과 책 사이에 존재하며, 오직 이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재합니다.

 

지난해 말이었나? sns에서 조금씩 보아왔던 이 책에 대한 짧은 글들이 쌓이고 쌓여 나도 읽어야겠다! 는 마음에 구입해두고 해가 바뀌어 명절 연휴가 끝날즈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설 연휴의 마지막날이기도, 발렌타인데이이기도 했던 2월 14일은 큰 외삼촌의 부고소식을 들은 날이기도 했다. 소식을 전하지 않고 산 세월이 길어서 일까? 아니면 내 엄마를 너무도 힘들게 했던 사촌들때문이었을까? 그저 오래 사셨구나, 이제 이 세상엔 계시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뿐 슬프거나 마음이 아프진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있어서 였을까? 사는게 다 그런거라고 살다보면 사는대로 살아진다고 무심하지만 세심하게 다독여주는것 같아서 문장을 짚어가며 읽고 문장을 옮겨적어보기도 했던 글이다. 좋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되... 나만 알고 싶은 책이지만 한편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던 책이다.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대면하려는 삶에서도 내밀한 상상을 간직하는 일은 필요하다. 상상은 도망이 아니라, 믿음을 넓히는 일이다. _18p.

 

길에서 만난 포교자에게 약간 밉살스럽게 대꾸했지만, '행복하기 싫다'는 내 말은 정확히는 '행복을 목표로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행복을 '승진' '결혼' '내 집 마련'등과 동의어로 여기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행복은 그렇게 빤하고 획일적이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도 어려우며 저마다 손금처럼 달라야한다. 행복을 말하는 것은 서로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는 일처럼 은밀해야 한다. _30p.

 

나는 덜 늙고서도 늙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보내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들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고. 몸의 관절이 오래 쓰여 닳듯, 마음도 닳는다. 그러니 '100세 인생'은 무참한 말일 뿐이다. 사람에게는 100년 동안아니 쓸 마음이 없다. _67p.

 

선명함을 잃을 때 모든 존재는 쓸쓸함을 얻는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자주 의기소침해지는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상대방의 마음이라는 건 도대체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같기만 하고, 나는 '저녁'앞에서 노인처럼 어두운 눈을 비비는 것이다. 선명하지 않은 것은 낯설게 보이기 마련이다. _1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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