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밤, 어제의 달 - 언젠가의 그 밤을 만나는 24개의 이야기
가쿠타 미쓰요 지음, 김현화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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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알지 못했다.

한없이 한가로웠던 나의 그 여행도 앞으로 절대 반복할 수 없으며,

죽은 시인을 떠올리며 촛불 아래서 책을 읽던 그 장소에도

두 번 다시 갈 수 없다는 것을. _149p.


유년시절의 밤에 관한 추억, 여행지에서의 추억과 밤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동안 여행을 하며 '언젠가 꼭 다시 와야지' 하며 마음먹었던 여행지에서의 순간, 그 마음들을 그리움처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여행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 여행지의 풍경, 언젠가의 밤을 이야기하는 24편의 짧은 에세이들은 여행에 목마른 일상을 다시금 살아가게 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시간과 장소에 어울리는 책들이 은근 가려지게 되는데 이 책은 낮보다 늦은 밤, 또는 새벽에 짧은 글 몇 편씩을 읽게 되는 글이었다. 섬세하고 날카로운 심리묘사가 돋보였던 <종이달>의 작가 가쿠타 미츠요의 밤과 여행 그리고 추억에 관한 에세이 「천 개의 밤, 어제의 달」은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요즘, 읽기에 제격인 책이다.


밤은 때로 우리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목욕탕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 아빠도 엄마도 함께 있는데 외톨이라고 느끼던 그 어린 날의 마음이 밤이 가진 본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은 싫든 좋든 우리가 혼자임을 깨닫게 한다. _12p.


이윽고 어둠뿐이던 주변에 빛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민가와 공동 주택 불빛이었다. 조금 마음이 놓였지만 초조함은 어떻게 해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내가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무엇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는지조차 너무 불안해서 알 수 없어졌다. 택시를 탔을 땐 이 운전사가 나를 모르는 곳으로 데려가서 버리고 갈지도 모른다는 망상까지 했다. 그만큼 이국의 밤은 두려웠다. _16p.


밤은 검정이 아니라 잿빛이었다. 잿빛 속에 허허벌판만이 펼쳐져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인공적인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허허벌판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밤의 덩어리 속에 서 있는 것 같았다. _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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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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