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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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손도 잡고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오늘부터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하면서

갖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가져가면서

생각하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면서.


매일이 똑같은 일상, 답답한 마음이라도 잠시 트이고 싶을 때 여행 관련 책들을 쌓아두고 뒤적이게 된다. 일상, 여행, 삶, 사진, 그리고 인생을 담은 한 권의 책은 때로 여행을 대신하는 즐거움이 되어주기도 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거리 두기 단계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평온한 일상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몇 개월을 보내고 있는 요즘, 그저 몸도 마음도 건강만 하면 괜찮지 않겠냐며 이 모든 시간들이 지나고 다시 여행이 일상이 되는, 간절함이 아닌 그저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바라게 된다. 여행을 계획하던 설레임, 출발 전 공항으로 향하던 새벽 설레던 발걸음과 살짝 들뜬 마음을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에세이. 일상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여행하고픈 기분이 들 때, 취향의 책 한 권과 오롯한 시간을 보내시길, 추천하고 싶은 겨울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건

'잘해 보자', '열심히 해 보자'이런 게 아니라


조금만 너그러워지자.


어제보다 하루만큼 더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_ 15p.


솔직하게 인정하자. 현실은 언제나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엉망이고, 당신이 아무리 극진하게 살아도 당신의 생은 여전히 고달프고, 게다가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떠나간 사랑이 돌아올 확률은 아파트 당첨 확률보다는 낮다는 사실. _47p.


생은 점점 적막해져 가고

가고 싶은 곳도 점점 줄어들고

여기는 냄비 뚜껑이 달그락거리는 낯선 별이다. _52p.


2월에는 스스로에게 약간은 관대해지고 싶어요.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잖아요. _ 88p.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여행했던 그 길들을

다시 지나갈 수 있을까.


그날의 아득했던 구름과

빗방울이 내려앉던 바다와

햇빛이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의 창가

그리고 우리 이마 위에서 빛나던 무수한 별자리들.


우리가 기억하는 찬란한 그 순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은 반드시 1초에 1초씩, 1시간에 1시간씩,

하루에 하루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아, 우리가 지나왔던 음악 같은 장면들.


모든 기억은 행복한 쪽으로 흘러간다.


우리 생의 한 줌을

우리가 지나왔던 길과 시간 위에 조금씩 뿌려놓고 있는 것.

여행은 혹은 삶은. _173p.


붙들 수 없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난다.

내일도 아마 비슷한 하루가 될 것이고.


잘 지내나요, 내 인생. _209p.


남은 세월, 어떻게 먹고 사나 하는 걱정에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오직 먹고사는 문제로’만’ 가슴이 답답하고

밤새 잠이 오지 않는다.

단지 살기 위해 음악을 들어야 하는 날들도 있다.


내가 아침마다 꽃기린 화분에 물을 주는 이유가

못 견디게 힘겹고 외롭고 슬퍼서라는 사실을

당신이 눈치채지 못한다면 좋겠다.


공항이 그리운 밤이다._219p.


우리 인생에서 먹고 마시는 일을 빼고 나면 뭐가 남을까. 인생은 허무한 것이고, 그 허무의 날들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하고 여행을 떠난다. 살아가는 일은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비워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생의 본질은 낭비인데, 그 낭비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이고, 여행은 곧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닐까. _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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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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