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라디오
남효민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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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방송 원고는 작가의 글이지만 디제이의 말이기도 하다. 디제이의 말이지만 작가의 글이기도 하다. 글이지만 말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말을 글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매일 쓸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지만, 사람은 누구나 매일 말을 하니까. _014p.


예전에 함께 일한 피디가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라디오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시그널 음악으로

사람들의 시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 같아."_315p.


<별이 빛나는 밤에> <두 시의 데이트> <꿈꾸는 라디오> <푸른 밤> <오늘 아침> <오후의 발견> <펀펀 라디오> <FM 데이트> 등의 프로그램을 거쳐 지금은 TBS의 순수 음악방송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와 MBC 캠페인 <잠깐만>에서 디제이와 사람들의 말을 쓰는 남효민 작가의 에세이.


라디오를 들으며 오프닝 멘트에 귀 기울이게 된 게 언제부터 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라이오 디제이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보다 프로그램의 시작, 오프닝 멘트를 정성 들여 듣게 된 게 2~3년 정도 된 것 같다. 경기도 외곽으로 매장을 옮기며 음악만 틀어놓는 매장은 재미가 없었고 특정 라디오 채널에 주파수를 고정해두고 듣기도 꽤 되었는데, 좋아하는 DJ도 특정 요일의 프로그램도 생기면서 매일 새로운 글을 써내야 하는 라디오 작가들의 일상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매일 오프닝 멘트를 쓰는 20년 차 라디오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함께 나누고 싶은 추억들


숙제, 시험공부, 책 읽기를 하면서도 라디오를 끼고 살았던 라디오 세대. 버스기사님들이 즐겨듣던 <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는 33년의 방송을 끝으로 새로운 DJ들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가끔 경쾌한 시작음과 함께 싱글벙글 쇼~ 하고 시작하던 그 멘트가 참 그립다. 라디오와 함께 성장한 세대여서일까? 라디오 이야기를 하자면 하고픈 이야기들이 참 많지만, 그래서 라디오 작가들의 에세이 출간 소식을 들을 때면 찾아 읽게 되는 것 같다. 아날로그 한 책표지도, 종이의 질도 손에 챡챡 감겨 매일 밤 몇 페이지라도 넘겨보고 싶어 읽고 또 읽었던 「그래도 라디오」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주기를... "그래도 어느 한 줄 쯤으로, 그때, 우리의 그 시간을 떠올려 보셨기를."


어떤 프로그램을 하게 되든 그 프로그램의 타깃이 되는 청취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감하려고 애쓴다. 사람 사는 얘기들이기 때문에 노력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공감하게 되지만 그래도 더 공감해 보려고 한다. _052p.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분명 있다. 괜찮다는 말을 들어도 하나도 괜찮지가 않고, 힘내라는 말을 들으며 오히려 힘이 빠지고, 좋아질 거라는 얘기가 헛되게 들릴 때. _074~075p.


라디오에서 겪은 많은 일들을 통해 나는 자랐다. 때론 슬픔을 잠시 내려둘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지금의 슬픔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조금은 냉정해 보이더라도 위기의 순간에 이성적으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_142p.


과거를 잘 돌아보지 않는다. 늘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려면, '어제가 될 오늘'을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나쁘지 않게 살아야 하는 게 맞는 데 그러지 못하고 살았던 모양이다. _257p.


'우리 사이가 이 정돈데 내가 이렇게 말해도 나를 이해하겠지'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류라는 걸 알았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나를 이해할 거라 생각하는 건 내 바람일 뿐이다. 상대에게 너무 많은 포용력과 배려를 바라는 얘기다. '내가 다 너를 생각해서 말한 거야'라는 말도 내 입장에서의 합리화인지도 모른다. 나는 상대를 생각해서 한 얘기일지 몰라도 상대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다면 그건 하지 말았어야 될 말이었던 거다. _281~2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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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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