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떤 힘일까? 나는 삶이 고통스럽거나 누군가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한 마음이 들 때 이 소설 속 빵집 주인이 건넨 한 덩이의 빵을 떠올리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_22p.


밥 먹을래? 빵 먹을래? 하면 단연 빵이다!! 베이커리에서 빵을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빵을 만드는 과정을, 오븐을 예열하고 구워지는 그 과정을 좋아해서 재료를 구입하다 보니, 베이킹하는 비용이 더 든다고 구박받던 시기도 있었다. (있으면 다른데도 들어가니까... 하며 들어가는 초기 비용이 꽤 든다.) 지금은 베이킹 도구들도 다 정리하고 없지만, 가끔 빵이 구워지는 달큼하고 고소한 냄새, 오븐에서 꺼낸 갓 구운 빵의 향기와 포근한 냄새가 좋아 오븐을 켜곤 했던 주말의 시간이 그립기도 하다.


당신에게 권하고픈 온도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갓 구운 호밀빵 샌드위치를 들고 숲으로


올가을 무화과에 빠져 몇 박스를 구입해 잼을 만들어두고 매일 아침 식빵 두 쪽을 구워 정성스럽게 잼을 발라 야무지게 먹으며 포근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빵과 책을 굽는 마음'이라는 소제목의 「다정한 매일매일」은 백수린작가의 첫 산문집이라고 한다. 백수린 작가의 글을 처음 읽는 책이기도 했지만, 책의 목차에 이미 반했고, 페이지를 넘기며 등장하는 빵과 관련한 책의 이야기들은 필수불가결한 이유마저 만들게 된다. (이 책을 읽을 땐 빵을 먹어줘야 해!) 책과 관련한 빵의 이야기? 빵에 관련한 책의 이야기? 그 어느 것을 들어도 자연스럽고 포근한 빵의 향기가 날 것만 같은 글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을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1년 기다려 주문한 슈톨렌을 아껴 잘라먹으며 발췌문장 필사도 해두어야겠다. 12월이 가기 전, 새해를 준비하며 읽을 책으로 단 한 권을 추천한다면 이 책으로 하겠다. (단 취향의 빵은 꼭! 미리 준비하자.)


설렘으로 가득했던 새해의 첫 며칠이 지나고 나자 마음은 볼품없이 쪼그라들어 좀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제멋대로 부풀었다가, 또 제멋대로 푹 꺼져버리는 마음이란 대체 무엇일까? _57p.


죽는 것과 사는 것, 무언가를 쌓기 위해 시간을 견디고 오래도록 한자리를 지키는 것과 축적한 것들을 두고 훌쩍 떠나는 것. 타인의 인생에 대해 옳고 그름을 함부로 말할 자격을 지닌 사람은 누굴까?

... (중략) ...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하루와 하루 사이를 박음질하듯이 이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 채 매일매일 그저 자신에게 최선이라 믿는 길을 선택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 한, 사노의 질문은 길 잃은 자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날 것이다. _170~172p.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타인의 죽음을 끊임없이 살아내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인의 죽음은 결코 온전히 극복되지 않는 상실이다. ... (중략)... 우리가 무엇을 하든 상실의 고통은 계속 그 자리에 있고, 고통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을 지속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지속된다고 쓰여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매번 처음처럼 절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죽음은 하나의 세계가 문을 닫는 일이고, 아무리 목 놓아 소리 질러도 열리지 않는 문의 이쪽 편에서 무력함을 확인하는 일이니까. _185~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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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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