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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순결한 천사에게 죽음을
손사랑 / 북닻 / 2020년 11월
평점 :

'누가 나에게 죄를 물을 것인가.'
세상에 어떤 존재도 나보다 순결할 수는 없다. 흔한 사람들에게는 양심, 죄책감이라는 것이 있다지? 그런 쓸데없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죄를 묻게 되고 죄를 잔뜩 머금은 불결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난 그들과 달리 아무리 '죄'를 지어도 눈처럼 순수한 '이지유'이자 '이랑'일뿐이다.
언제나 '난 죄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라고 생각하며 한없이 순결한 천사와 같이 살아왔다. 아니 타락해버린 천사, 악마와 같이 살아왔다고 해야 맞는 말일까. _296p.
학교 폭력으로 시작하는 책의 글은, 초반 고비를 넘기면 페이지가 멈출 수 없이 넘어간다. 이유도 모를 폭력의 피해자 이지유, 단짝이었던 친구 선아의 자살이 충격이었을까? 가족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등교하는 아이, 아름다운 지유에게 친절한 친구들. 그런데 이 아이의 존댓말 대화체가 은근 신경이 쓰여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이 캐릭터... 참 독특한데?라고 생각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잠시 책 읽기를 멈추고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 급기야 인물 관계도를 그려놓고 읽기 시작!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아니라 사이코패스였던 거니? 경찰청장인 아버지도, 그의 할아버지도 사이코 유전자? 아버지의 그늘 아래 그녀가 이랑의 그늘을 이지유라는 평범한 학생을 연기하며 가리고 있다가 선아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가학적인 성격이 날뛰게 되고, 단지 천사 같은 선아의 인성을 괴롭혀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은 이지유가 아닌 이랑의 폭력성과 사이코패스 성향을 더욱 날뛰게 만들고, 지능적인 이랑의 범죄 뒤에 점점 지워지는 것 같은 지유. 학교폭력, 가정폭력, 사이코패스를 다루고 있는 복합 미스터리물 「순결한 천사에게 죽음을」 은 한 소녀의 자살로 인해 파생된 거대한 잔혹한 복수극을 다룬 소설로 잔혹한 묘사와 장면 설명이 지나치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놀랍기도 한 소설이다. 왜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에서 이 왜 필요했는지 퍼즐을 맞춰가며 읽는 재미를 느끼는 소설이 될 것이다.
"푸하하.... 맞아. 우리 알 바 아니지 뭐."
...(중략)... 자신들이 계속 감추고 있던 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들의 죄책감은 담배 불과 함께 사라졌다. _62p.
"그래. 정신병자라서 더 문제지. 딱 봐도 계획적인 살인인데.... 약을 계속 복용하면서 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정상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이지만, 정신병이 있다는 이유로 감형이 되거나....."
"무죄판결이 날 수도 있겠군..."
김 형사도 그 이야기를 듣자 표정을 찌푸렸다.
"심지어 심신상실자라서 무죄판결이 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거지....." _146p.
나는 당연히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이상하지 않다면 그들은 왜 나를 멸시하고 때리는 것일까? 머리가 띵하고 아파왔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할까?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난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공감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난 계속 고민을 하다가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연기하면 되지 않을까? 슬픔을 느끼지 않지만 느끼는 것처럼...' _265p.
"결국, 난 사이코패스로 남아버렸어. 왜 순수했던 나로 돌아가지 못하는 걸까." _275p.
"전... 이랑, 아니 이지유라고 해요."
나도 그들에게 웃어 보였다. 매우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피나는 노력이 있었으니까.
"응, 웬 존댓말?"
그들은 나의 존댓말을 매우 이상하게 보았다. 사실 같은 나이인데 학교에서 존댓말을 쓰는 것은 전혀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써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습관이 돼서요."
난 연기를 할 때면 존댓말을 썼다. 말로 상대방을 높여 그들을 존중해야 하는 대상임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였다. _288p.
'난 이제 행복할 수 없어.' 나에게 살인이란 행복, 내가 사는 이유 그 자체였다. _5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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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