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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가까운 사이 (스노볼 에디션) -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타인의 공간을 함부로 침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침범하는 말과 행동 역시 조심해야 한다. 조언은 타이밍이다. 상대가 먼저 요청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생의 진리일지언정 말해 주지 않아도 괜찮다. _17p.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 관계의 적절한 거리만을 신경 쓰다 보니 '나의 마음은 괜찮은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른이 되면 모든 일이 걱정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살게 될 줄 알았다. 웬걸!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선택과 후회, 스트레스의 연속인 삶이 시작되었다. 친구, 직장동료, 가족, 지인 등 늘어나는 관계들 속에서 늘 잘 섞이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었으며 친한 사람과 친하지 않은 사람의 경계를 두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경계는 마음에만 있는 선이고 겉으론 거리 두는 사람들이 하는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주게 되는 관계.
'시절 인연'이란 단어를 종종 떠올리게 되는데, 유독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사람... 들과의 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그 시간은 한정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의 마음이 더 큰 탓이겠지만, 그 시간들을 애써 아쉬워하지 않고 '그 시절 좋았지'라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적당히 가까운 거리」 어떤 글일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그간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드는 글이었다. 연말 모임도 미루게 되고, 몸과 마음의 면역이 필요한 요즘 공감되는 이야기가 가득한 '관계 거리두기를 위한 적당함의 기술' 덜어낼 관계는 덜어내고 내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에세이. 추천하고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려니'와 '아님 말고'.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나 타인을 좀 더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자, 수평적으로 내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나름의 대처법이다. _20p.
나라님이 아니래도 내가 기분이 나쁘면 나쁜 거다. 내 불편함에 타인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다. 이 오지랖 넓은 세상 속에서 적어도 자기감정에게만은 있는 그대로 존재할 자유를 줄 수 있기를. _98p.
덮어 둔 상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불쑥 올라올 때마다 아픈 기억을 곱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그 상처가 성장을 방해한다면 한 번쯤은 꺼내어 직면하고 넘어가는 게 좋다. 그 과정이 너무 괴롭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냉정하게 돌아보며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는 내가 가진 아량을 쥐어짜 내서 상처 준 사람을 애써 용서하고 마음에도 없는 면죄부를 주는 것과는 다르다. 상대를 나와의 연결고리를 배제한 채 제3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_118p.
지나간 관계를 마음으로 정리할 때는 '운명'이 아닌 자신의 '선택'을 믿었으면 한다. 선택을 믿는다는 것은 인간관계와 세상 속에서 주체성을 갖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처받을까 두려워 닫아 둔 마음의 문을 다시 열 수 있는 선택지 역시 내 손에 쥐어진다. _140p.
우정의 깊이가 꼭 흘려보낸 시간과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옛 친구든 새 친구든 관계에 들인 시간, 함께 보낸 세월에 너무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길 것인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일 뿐이다. 되도록이면 즐거움을 온전히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며 살고 싶다. 한 번 사는, 짧은 인생이니까. _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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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