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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것들의 미학 - 포르노그래피에서 공포 영화까지, 예술 바깥에서의 도발적 사유 ㅣ 서가명강 시리즈 13
이해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미와 예술은 일견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히 별개의 주제다. 왜 미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이 이 두 주제를 다루게 되었을까? 여러 사연이 있지만, 우리 안에 있는 미를 판단하는 능력과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하는 능력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능력으로 지목된 것이 감성이다. ... (중략)... 아직 뭔지 잘 모르는 것들을 마주해 이름을 붙이고 범주를 정해 사유의 집을 지어보는 것이 철학이 하는 일이니,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 더 많은 감성 역시 철학의 연구 대상이다. 자신의 원천을 감성에 두고 있다고 믿는 예술도 현대로 올수록 이러한 인간의 아래쪽 한계를 자주 건드린다. 성적인 욕망, 뒤틀린 유머, 공포와 연민 같은 감정.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도 지적 조망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면, 나서서 그것을 맡을 학문은 미학일 것이다. 따라서 미와 예술의 철학인 미학은 또한 감성의 철학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비합리적인 것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_310~311p.
미학 美學, Aesthetics 가치로서의 미, 현상으로서의 미, 미의 체험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
미의 가치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을 이야기하는 미학, 그런데 미학이 이런 것도 다룬다고? 위작, 포르노그래피, 뒤틀린 유머, 공포와 연민까지 어찌 보면 예술적인 가치보다는 '감성'에 치우친 이야기가 아닐까? 예술의 가치는 무엇을 판단해야 할까? 이 순간 우리에게 미학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당연하고 익숙한 상식이 흔들릴 때 적절한 질문을 통해 합리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1부 위작, 가짜는 가라! 그런데 왜? - 위작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2부 포르노그래피, 예술이 될 수는 없나? - 도덕적 논쟁과 미학적 논쟁
3부 나쁜 농담, 이따위에 웃는 나도 쓰레기? - 유머로 보는 예술의 도덕적 가치
4부 공포 영화, 무서운 걸 왜 즐기지? - 허구의 감정을 다루는 미학
미와 예술의 변방, 경계에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분석하면서 '미학이란 이런 것!?'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흥미로 읽기 시작한 책은, 그저 아름다운 것은 예술, 포르노그래피는 나쁜 것, 공포? 호러, 참아가면서 그걸 왜 보는 거야? 등 이분법적인 생각을 다양한 각도로 이야기하며 감성과 이성의 논쟁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 명강. 술술 넘어가는 글은 아니지만 잘 정리된 강의록을 읽으며 '예술 바깥에서의 도발적 사유'를 다룬 미학에 대한 흥미로움을 경험했던 책이다.
이 책은 이들 '불온한 것들'의 사회문화적 함의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변방은 없다', '누가 B급을 말하는가'와 같은 구호를 걸고 전통적으로 주변부로 여겨지던 것들에게도 이제는 지위를 부여하자는 '문화 정치적'인 주장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오히려 이들을 유별난 것으로 취급해 그들만의 미학이 있다는 듯이 호들갑 떠는 것을 경계하자는 쪽에 더 가깝다. ... (중략)... 미와 예술의 문제를 따져보는 미학은 철학적 방법론의 차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내가 연구하는 미학의 방법은 분석미학이라 불리는데, 주어진 문제를 영미 분석철학의 태도와 방식을 다룬다. _들어가는글
미와 예술도 만만치 않은 검은 고양이들이다. 문화의 힘이 중시되고, 상상력과 창조성, 인간의 감성 능력에 대한 주목이 이루어지자 그동안 삶의 여분이나 장식품, 아니면 그저 도구적 효용성의 영역에 머문다고 보았던 미와 예술은 점차 인간다움의 정수, '완성형 인간'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인간 이해의 핵심으로 그 지위가 옮겨가는 듯하다. 미학은 그것들에 대한 철학적 사유다. _27p.
우리가 가진 지식, 즉 하나가 진품이고 다른 하나가 위작이라는 우리의 앎에 상대적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지각은 결국 차이를 '구성'하여 그것을 '볼'것이고, 그러면 거기 차이가 '있는'게 될 것이다. ... (중략)... 예술은 언제나 그 자체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관한 것이며, 작가는 그 무언가에 자신의 태도와 관점을 투사한다. 따라서 작품은 어느 정도 '은유적'구조를 갖게 되며, 그러한 특징으로 인해 작품은 해석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 해석을 위해 필요한 것이 예술 이론 및 예술사의 맥락이다. _71~73p.
윤리와 미학이 만나는 곳에서 다음의 두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앞서 거론했던 작품의 도덕적 가치 평가가 예술적 가치 평가에 영향을 주는지의 문제로 농담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농담의 가치(우스움)를 달성하는 데 영향을 주는 지로 바꾸어 살펴볼 수 있겠다. 비극의 경우 비장미가 그것의 미적 가치이듯이, 우스움 혹은 유머 반응은 농담의 '미적·예술적'가치로 볼 수 있다. _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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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