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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평점 :

댓글의 부작용을 오랫동안 지켜본 탓일까. 뉴스를 읽고 거침없이 글을 써 올렸던 과거와 달리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기 검열하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 댓글은 손쉬운 유희가 아닌,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목소리가 된 셈이다. ... (중략)... 하루 동안 생산되는 뉴스의 양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어지간한 이슈가 아니면 하루 이틀 사이에 잊히고 만다. 이 책에 나란히 실린 기사와 댓글을 통해 세상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반추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_서문
뉴스를 챙겨본 지가 언제였더라. 웹사이트 메인에 뜨는 실검 순위도 눈여겨보지 않는 터라, 당시 이슈가 되는 뉴스 정도를 가끔 찾아보는 정도의 관심만 가지고 있는 정도였다. 다양한 뉴스에 시 댓글을 쓰는 댓글시인 제페토. 서문의 제목인 '소풍 전날 밤 같은 시간이 우리를 견디게 한다.'라는 문장을 몇 번이고 읽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의 울음이
한발 늦으면 어쩌나 염려하는 것뿐."
굵직한 이슈들부터 일기예보, 한 장의 사진 등 마음을 흔드는 기사를 만날 때마다 댓글 창을 열어 글을 썼다는 시인의 글은, 한 편 한 편의 시가 괜찮은 오늘을 살고 있는지, 위로가 필요하진 않은지 조용히 물어오는 것 같다. 시의 위로가 필요한 시대,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소소한 즐거움도 애써 찾아야 하는 요즘, 부러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는 악플러들은 제발, 그 손꾸락을 좀 참아주었으면 좋겠다.
청년은 대인관계, 중장년층은 돈, 노인은 건강 때문에 자살을 택했다. _034p.
별빛은 모두 옛날이다.
우리의 추억도 그렇다.
잊는 것이 이별의 미덕이라지만
혜성처럼 오랜 주기로 돌아오는
그것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이제는 억지를 부리기보다는
새로운 인연을 덮어씀으로
기억을 갱신해보자.
되돌아간들 불편할
추억은 모두 구식이니까. _ #추억의연식 059p.
손잡을 수 없어서
포옹할 수 없어서
무더운 여름날
고마움을 어찌할지 모르겠다
협조가 충분했나 생각하면
미안함이 땀처럼 흐르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한적한 동선으로 멀어지는 것뿐
다가갈 수 없으므로
먼 데서 띄우는 약소한 인사
고맙습니다
덕분에 _ #덕분에 115p.
날씨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인생의 오전은 맑고 화창하다가
오후에는 전국적으로 흐렸다가
내륙에는 한때 눈물이 쏟아져
가슴을 적시겠습니다.
남쪽 무릎에는 한때 강한 바람이 불어
조금 시큰거릴 수 있겠습니다.
오늘 낮기분은 예년 기분을 밑돌겠고
세상 물결은 남쪽 먼 해상으로부터
거세게 북상하겠으나
한번 이겨 보겠습니다.
날씨를 전해드렸습니다. _ #일기예보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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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