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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 상처받기 쉬운 당신을 위한, 정여울의 마음 상담소
정여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나 자신의 상처와 거리를 두는 힘을 글쓰기에서 배운다. '상처를 바라보는 나'와 '상처 속에서 아직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분리해야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처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는 계속 누군가 나를 구해주길 바랄 때이다. 그러면 상처를 바라보-는 내가 객관화되지 않는다. 내가 두 가지 역할, 즉 '상처받은 자아'와 '상처를 바라보는 자아'의 연기를 모두 해낼 수 있을 때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물에 빠진 나'와 '물에 빠진 나를 바라보는 나'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을 때,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상처와 거리를 두지 못하면 트라우마가 시키는 대로, 콤플렉스가 시키는 대로, 그야말로 기분대로 살아가게 된다. _191p.
정여울 작가의 책은 출간되는 족족 구입해서 책장에 꽂아두고, 읽어야지 하면서 손이 가지 않게 된 지가 뙈 된 것 같다. 왜였을까? 보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야기하는 글들을 찾아 읽으며 잠시나마 즐거운 것으로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해왔다. 숙제 아닌 숙제로 읽어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다 읽기 시작한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읽으며 어느새 연필을 들고 밑줄을 그어가며 집중하게 된다.
트라우마, 에고, 셀프, 페르소나, 블리스, 내향성, 외향성, 아니마, 이니무스 공포증, 분노조절장애 등등 정여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영화, 신화, 고전을 넘나들며 너무도 친숙하게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자신의 경험담과 더불어 책을 읽으며 글을 써야 하는 이유,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아픔을 이야기하고 바로 볼 수 있어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내면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인생이란, 상처를 극복한 마음의 나이테가 늘어나는 것. 책장 여기저기 꽂혀있던 작가의 책을 주섬주섬 꺼내두었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마음의 나이테를 만들어가는데, 인식하지 못하고 나조차도 잘 몰랐던 상처를 보듬는데 필요한 글이었다.
심리학 공부를 통해 나는 깨달았다. 내가 느끼는 불안과 우울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매일 아픔을 경험하면서도 용감하게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심리학의 개념을 알아낼 때마다 가슴속에 환하게 전구가 켜지는 듯 기뻤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면'이었다. 내 불안과 두려움, 슬픔과 어둠의 실체를 완전히 맨얼굴로 맞닥뜨리는 것. 그것은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내면의 분석 작업이었다. _프롤로그
트라우마를 주는 사람 또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일 때가 많다. 트라우마는 아주 집요하다. 트라우마는 집요하게 희생양을 찾는다. 내 상처를 대신해서 아파해줄 사람, 내 고통을 어떻게든 경감시켜줄 사람, 나아가 내 상처의 탓을 돌릴 사람을 찾아내려고 한다. 트라우마가 희생양을 찾는 것. 이 또한 투사의 일종이다. 자신의 상처를 대신 앓아줄 사람을 찾는 것. 나의 상처를 대신 앓아주고 짐을 덜어줄 희생양을 찾는 것, 그리하여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의 무게를 전가하려는 욕망. 트라우마는 이렇게 파괴적이다. _42p.
판사나 법관처럼 타인의 잘못을 판단하는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가끔 신문 사회면에 노출되어 '남부끄러운 행동'으로 망신살이 뻗칠 때가 있다. 그런 경우가 바로 '그림자 관리'가 안 되는 것이다. 그림자를 돌보는 삶은 어딘가 어둡고 뒤떨어진 삶이 아니라 자신의 결점과 콤플렉스를 인정하는, 보다 성숙한 삶이다. _144p.
읽고 씀으로써 우리는 분명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끊임없이 읽고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때, 끊임없이 도구적 언어를 창조적으로 언어를 변형시킬 때. 우리는 자기 안의 내적 자산, 그러니까 '스스로 치유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_193p.
상처는 이야기의 종착역이 아니다. 상처는 진짜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_2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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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