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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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시는 도중, 사건의 끔찍함에 마음이 힘드실 수 있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 알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알고 싶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1년 넘게 사건을 취재한 저희조차도 때로는 사건이 주는 괴로움에 눈을 가릴 때가 있는 걸요. 그럼에도 감히 부탁드립니다. 사건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인지해주세요. 저희가 이 사건을 계속 취재하는 이유는 계속되는 묵인이 불러일으킨 폐해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_시작하며

여성의 인격을 짓밟아 가해자들이 얻는 게 고작 돈이었다. _37p.

처음에는 합성 사진이니 성착취 영상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착각임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신의 애인을, 친구를, 가족을, 선생님을 모욕하며 즐기고 있었다. 이 방에 있는 이들은 대체 누굴까, 내가 아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나는 사람을 믿으며 살 수 있을까? _46p.

2015년 7월부터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는 ‘어린이’의 성을 착취하고 인격을 짓밟으며 최소 4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는 2018년 3월 체포되었으며 성착취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2심에서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 웰컴 투 비디오 국내 이용자 223명 중 단 마흔두 명만이 기소되었다. 2018년 8월, 미국 연방 검사는 아홉 개 혐의로 손정우를 기소했고, 2019년 4월 미국 법무부는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 2020년 4월, 손정우의 인도 심사가 결정되자 그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미국 송환은 가혹하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7월 6일 한국 법원은 사법 주권을 지키고 국내 성착취물 소비자들을 원활하게 수사하려는 목적으로 ‘미국 송환을 불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 법원의 결정’으로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였던 손 씨는 2020년 7월 6일, 자유의 몸이 됐다. _62p.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점점 많아지는데 사법부는 여전히 가해자의 정신 질환을 들먹이고 그들의 미래를 염려한다. ...(중략)... 여성에게는 당장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검찰은 가해자의 영장을 기각하고 재판부는 형량을 낮추고 있다. 사회에서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으니 여성들은 가방에 제 몸을 지키기 위한 도구를 챙기고 여가 시간에 호신술을 배우느라 바쁘다. ...(중략)... 범죄를 예방하는 일은 여성들 각자의 일이 될 수 없다. 여성 혐오범죄의 해결은 국가의 일이다. _106~107p.

여성의 성착취를 놀이, 돈벌이 수단으로 소비하는 나라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순간, 불법촬영과 디지털 성범죄를 당하지 않으려면, 혹은 가해자를 처벌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으면 피해자임을 직접 호소하고 입증해야 한다.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려면 피해자가 나서서 증언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가 얼마나 ‘발품’을 파느냐에 따라 범죄자의 처벌이 좌우된다. 일상을 모두 생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호소해야 하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자유로운 여성은 대한민국에 없다. _233~234p.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텔레그램N번방 사건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인 추적단 불꽃의 이야기는 너무 생생해서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게.. 이런일이 정말 실화라고?). 부디 많은 이들이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화르르 일어났다가 사그러지지 말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우리를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이 자랑스러운 날이 왔으면...

#우리가우리를우리라고부를때 #N번방추적기 #추적단불꽃 #사회정치 #디지털성범죄 #이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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