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즈우노메 인형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평점 :

나는 계속 인형이었다.
부모의 노리개였다. 자식이라는 이름의 장난감이었다.
지금은 저주의 인형이다. 나 자신이 즈우노메 인형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을 저주로 죽일 수 있다. _280p.
도시 전설 괴담은 생물처럼 사람들 사이로, 세상 속에 퍼져나가는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이 있었다. 들으려 하지 않아도 어쩌다 들어버리게 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잊히기 전까지 공포로 남을 수밖에 없는데... 즈우노메 인형 도시 전설도 이런 이야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에게는 비밀로 한 채 세 아이를 데리고 숨어 사는 엄마, 학교에 불쑥불쑥 나타나 자신을 찾는 아빠, 학교폭력으로부터 방치된 아이. 기스기 리호에게 도서관과 도시괴담, 공포소설은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부터의 피난처였다. 유카리와 쓰던 도서관 교류 노트를 통해 쓰인 '즈우노메 인형'도시 전설은 이 전설을 듣거나 읽은 이에게 인형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흘째 되는 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월간 불싯>의 작가 유미즈가 끔찍하게 죽어있고 그의 남겨져 있던 육필 원고, 이 원고를 읽었던 이와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그의 권유로 원고를 읽던 중인 후지마에게도 인형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흘 후, 그도 이와다처럼 죽게 될 것인가?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이야기는 단순히 도시괴담으로만 볼 수 없다. 불안한 가정에서 성장한 소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어떠한 사념을 가지고 저주로 나타나게 된 건지,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리호 역시도 누군가를 지독하게 괴롭힐 수 있는 괴물이 되어버렸던 걸까?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의 결말로 향할수록, '저주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거야.' _13p. 이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놓고 무서운 것보다, 은근한 공포가 더 오래 남는다. <보기왕이 온다>가 그러한 책으로 기억에 남아있어서, 이 책을 손에 드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멈출 수 없어 계속 넘기게 되는 매력이 있는 글이기도 했다.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단, 책의 뒷장은 보이지 않게...
"인형의 얼굴을 가로지른 붉은 실,
그 실이 소리도 없이 뻗어 나와 이제 나를 향한다!'
흔히 악마 이미지나 우리가 아는 마녀 전승에 숨겨진 저주스럽고 무시무시한 이야기. 그것이 현대에 되살아나서 등장인물을 무섭게 바꾸어놓았다. 그곳에는 사악한 뜻이나 의도는 없다. 하지만 인간이 개입하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도덕이나 선악에 관계없이 인간이 결코 손대서는 안 되는 것은 지금도 이 사회의 바로 옆에, 바로 뒤에 존재하고 있다...._66p.
얄팍한 지식을 과시하며 대중을 모욕하고, 선택받은 사람인 양 상대를 얼간이 취급하는 사람은 모른다. 배신당하고 무시당하고 바보 취급당하는 사람의 마음을. 괴롭힘당하고 소외당하는 어린아이의 괴로움을. 아빠 없는 한 부모 가정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아이의 아픔을. 그토록 좋아하며 푹 빠졌던 세계가 나태함과 부실함, 자기 과시욕으로 뒤덮여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상실감을. _410p.
#즈우노메인형 #보기왕이온다 #사와무리이치 #아르테 #arte #공포 #공포소설 #호러 #미스터리 #미스터리소설 #영화원작소설 #온다 #호러영화 #저주인형 #신간 #책탑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