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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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_146p.

쉼 없이 일하다 보면 '그땐 그랬지...'하는 날도 오는 걸까? 이렇게까지 힘들 일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자주 드는 2020년. 이제 쉬엄쉬엄 노년을 준비하고 쉬셔도 좋을 연세에도 오히려 쉬는 게 불안하다며 매일같이 출근하시는 부모님, 그런 부모님과 함께 살고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내 의지라는 건 없이 자연스럽게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오곤 한다. 칠십이 다 된 연세에도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하며 살고 있을 줄 알았을까? 나의 30년 후도 엄마와 같은 모습일까? 잘 사는것, 잘 산다는것은 뭘까?

연년세세의 이순일, 한세진, 한영진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위치에 맞는 삶을 애쓰며 살아간다. 이야기는 살면서 문득, 생각하고 마주했던 거울에 비친 마음 같아서 다 일고 덮어두고도 정리해두지 못한 글이기도 했다. 애쓰지 않아도 삶은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갈지는 그 시간을 살아내는 이들의 몫이겠지...더 많이 표현하고 들어드리고 손잡아드려야지. 지나고 후회하지 말아야지..

실망스럽고 두려운 순간도 더러 있었지만 한영진은 김원상에게 특별한 악의가 있다고 믿지는 않았다. 그는 그냥... 그 사람은 그냥, 생각을 덜 하는 것뿐이라고 한영진은 믿었다. 한영진이 생각하기에 생각이란 안간힘 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이 든다고 그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버텨보는 것. 말하고 싶고 하고 싶다고 바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버텨보는 것. 그는 그것을 덜 할 뿐이었고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_70p.

잘 살기.

그런데 그건 대체 뭐였을까, 하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잘 살기를 바랐다. 끔찍한 일을 겪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잘 모르면서 내가 그 꿈을 꾸었다. 잘 모르면서. _1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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