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 음주욕 먼슬리에세이 3
권용득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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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취하는가, 어차피 깰 건데

왜 사는가, 어차피 죽을 건데

술로 시작한 이야기는 마누라로 끝나기 일쑤고, 그만큼 내게 술과 마누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면 이건 '음주욕'보다 '마누라욕'에 훨씬 더 가까운 책이다. 물론 마누라를 공개적으로 욕할 생각은 없지만.

다시, 술은 왜 마시는가? 그랬더니 엉뚱한 질문만 이어졌다. 공복인데 방귀는 왜 뀌는가? 가렵지도 않은 콧구멍은 왜 후비는가? 이게 무슨 만화냐고 쿠사리 먹는 만화는 왜 만드는가? 안팔리는 글은 왜 쓰는가? 나는 왜 사는가? 결국 답 없는 질문은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나는 왜 사는가?'까지 나왔다. _에필로그

드렁큰 에디터의 먼슬리 에세이 그 세 번째 시리즈인 음주욕, 사실 술은 즐기는 편이 아니라 이 편은 패스할까? 했지만 시리즈는 모으며 읽는 맛이라고 했던가?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슬아 작가의 프리뷰를 읽고 궁금해진 책이기도 했다. 거의 매 꼭지마다 등장하는 '소주'는 술을 즐기는 이가 아니어도 책장을 넘기며 대리만족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한다. 사실 술에 대한 해독이 현저히 떨어지는 체질이라, 소주는 한두 잔? 맥주는 반 캔 정도 마실 수 있어서.... 술을 잘 마시는 이들을 보면 아직도 부러운 마음이 앞선다. (이게 뭐라고..ㅋㅋ)

중독 수준으로 글쓰기에 열중하고, 나머지 시간에 주로 술을 마시고 짬짬이 집안일도 한다. 아내와의 만남과 술로 인한 에피소드가 있었기에 이 책이 출간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아닌 아내님! 가볍게 읽으며 키득거릴 수 있고,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는 삶을 사는 이의 이야기라 더 친근하게 느껴졌던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를 읽으며 만화가인 아내분과의 콜라보 에세이도 기대해보고 싶어지는 글이었다. 책을 다 읽을 즈음, 왠지 소주 한두 잔을 달게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 빼고 다 잘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이 외로운 숨바꼭질이 얼른 끝났으면 했다. 그렇게 나는 나밖에 몰랐다. 곁에 마누라와 애가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불 속을 파고들 듯 이불 밖은 살필 겨를이 없었다. _42p.

마누라는 종종 말한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행복이라도 누릴 수 있는 지금이 우리 인생의 황금기라고. 그럴 수 있겠다. 등껍질을 빼앗긴 소라게처럼 동분서주하던 젊은 부모님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정신없었다. _70p.

뭐든지 '평소처럼 가볍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든지 대충 마시다 마는 소주처럼 크게 아쉽지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한번 마시면 끝장 보려는 주당도 계시겠지만 나는 소주만큼은 정성을 다해 마시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소주는 마시다 말고, 내일 또 마신다. 내일 못 마시면 모레 마시고, 모레 못 마시면 글피에 마신다. 아, 인생도 진작 소주 마시는 것처럼 살았어야 하는데 말이다. _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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