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창비시선 446
안희연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막 안희연의 시집을 읽은 당신이라면 어렴풋이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이름이 다 있는 것은 아닌' 상황을 드러내면서 사전을 만들어가는 시인이 여기에 있음을. _141p.

여름 같은 제목에, 여름 같은 초록이 가득한 시집을 들고, 더운 여름밤 몇 편씩 읽어가며 단어를, 문장을 조금씩 더듬어 읽어나갔다. 때론 어찌 읽어야 할지 모를 시 앞에서 당황하기도 했고, 헤매다 마주한 문장에 마음을 잡혀 한동안 맴돌기도 했다. 시를 읽는다는 건, 늘 조금은 어렵지만 마음을 읽어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어떻게 이런 문장들을 써낼 수 있었을까? 새삼 다 읽은 시집을 뒤적여 다시 읽어본 문장들은 또 새롭다.

오늘 우리에게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 어딘가로 흘러가는 말들에 힘이 있다고 믿는 시집이 전해졌다. 그리고 이 '말들'의 자리에 시인은 슬그머니 '삶'이란 글자를 올려 두기도 할 것 같다. 그게 참 좋은 것 같다. _ #양경언

다 알 것 같은 순간의 나를 경계하는 일

하루하루 늑대로 변해가는 양을

불운의 징조라고 여기는 건

너무 쉬운 일 / #추리극

무엇이 밀려올지 모르는 채로

무엇을 쓸어가버릴지 모르는 채로

고요에 잠겨 있을 때마다

평생 한 가지 동작만 반복하며 늙어야 한다면

어떤 동작이 좋겠느냐고 넌지시 물어오는 것 같다.

언젠가 무심히 정지 버튼이 눌리는 순간이 오겠지

그 순간이 나의 자세, 나의 영원이겠지

내가 나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서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두리번거리는 두더지처럼 / #태풍의눈

앵무는 앵무의 말을 가져본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앵무는 앵무의 말을 하고

앵무 다운 색으로 빛나고

앵무만의 표정을 짓고

앵무의 울음을 운다

나답게 우는 법을 몰라서

앵무의 울음을 따라 한다

앵무 앵무 울며 나를 견딘다. / #앵무는앵무의말을하고

#여름언덕에서배운것 #창비 #창비시선446 #안희연 #한국시 #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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