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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꽃다지처럼 살면 안 되는 걸까? 가볍게 꿈꾸고 가볍게 접었다가 다시 그 자리에 가벼운 꿈 하나를 채우고, 안 되면 또 금방 뽑았다가 다시 꿈을 넣어두면서 살면 어떨까? 그렇게 매일 꿈을 지니되 지니지 않은 채, 가볍지만 놓치지 않으며 산다면 삶이 훨씬 산뜻하지 않을까? 왜 묵직해야 그럴듯하다고 생각할까? 왜 모든 다 원대해야만 할까? 성공도 실패도, 희망도 절망도, 사랑도 실연도 그렇게 기꺼이 뿌리를 내어주지만 금방 다시 자리 잡는다면, 그럴 수 있다면 세상살이가 좀 쉬워지지 않을까? _215p.
문득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흔들리는 때가 있다. 이, 삼십 대 때 생각해왔던 삶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삶을 살고 있지만, 생각과는 다른 삶의 모습에 흔들리는 마음이 다잡아지지 않아서 마냥 낭창대는 시기도 있다. 삼십 대 중반만 해도 그저 나이는 숫자니까 별 감흥이 없었지만, 확실히 삼십대와 사십대는 다른 것 같다. 하지만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했던 인생의 변화는 아직 잘 모르겠고 이전보다 잔병치레의 강도가 조금 세졌다고 느끼는 정도?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 변화가 필요한 건 아닐까?' 등등 생각은 늘 맴돌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기자니 결단력이 부족한 지금.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책방을 꾸리고 글을 쓴다. 그리고 반려견 하이와 가급적 매일 산책을 하며 길가의 초록에 눈길을 두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며 송두리째 흔들리던 삶을 다잡고 불필요한 건 천천히 빠져나가고 흔들리던 삶에 자리 잡고 뿌리내린 싱싱한 초록. 누구나의 삶이 다 같을 순 없지만, 다른 이의 경험과 사색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고 내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건 요즘 같은 시기에 분명 필요한 일이다. 삶의 중심에서 한참은 벗어나 있는 것만 같고, 삶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수록된 사진과 짧은 글이 책 속의 또 다른 매력!)
마흔은 괜찮지 않았다. 다 뿌리내린 줄 알았는데 그 뿌리가 얼마나 연약한지 깨닫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삼십대를 지나면서 이제야 자리를 잡았나 했는데 마흔이 되니까 이십대처럼 다시 위태로워졌다. 마흔은 그런 나이였다. 다시 흔들리는 나이. _5p.
하이를 키우면서 개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시골에서 보는 대부분의 개들은 평생 목줄을 한 채 1미터의 세상 안에서 산다. 영하 20도의 추위도, 영상 38도의 더위도 맨몸으로 견뎌야 하는 생. 밥을 빌어먹기 위해 자유를 저당 잡혀야 하는 생이다. _150p.
작은 것들은 작아서 더 오래 내 곁에 남는다. 크고 무거운 것들은 생의 어느 순간 버겁게 느껴져 헤어짐의 수순을 밟는다. _208p.
근심은 나아짐 없이 계속된다. 괜히 걱정을 사고 또 사고. 곧 나이를 더 먹고 노인이 될 테고 외롭고 쓸쓸하게 지난날이나 곱씹으면 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여. 또 걱정을 사서 쟁이고 사서하고 있다. _222p.
오늘도 흔들리는 당신에게.
하루를 잃어버린 오후 네 시의 아이처럼
울고 있는 당신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 저녁은 이만 쉬고
우리 내일 함께 걸어요.
딱 열 걸음만.
분명히 모든 게 괜찮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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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