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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평점 :

출관할 때, 히나의 관에는 넘칠 것처럼 꽃들이 채워졌다. 마지막으로 남편의 부축을 받은 아내가 히나의 뺨을 쓰다듬으며 자그마한 얼굴 옆에 살며시 커다란 백합을 놓았다. 그걸 지켜본 우루시바라 씨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곧 이별입니다." _185p.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죽음, 소중한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가까운 친인척, 직장동료, 지인의 부고 등 산 사람이 죽은 이를 배웅하는 곳, 장례식장. 이승에서의 삶이 끝나고, 인연 맺었던 이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남기며 고마웠던 마음을 전하는 곳. 반도 회관의 이야기는 미소라를 중심으로 3편의 단편으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 너무나 어린 영혼은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부모님 곁을 맴돌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켰지만 부모의 욕심으로 삼켜야 했던 슬픔, 그리고 자신을 망침으로써 부모의 욕심을 포기하게 만드는 마음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가능한 것일까?
우리의 장례문화와 비슷한듯하면서도 조금 더 격식을 차리는 느낌이랄까? 죽은 이를 다음 생으로 배웅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방식이 격식이 갖춰지면서도 따스하게 와닿는 글이었다. 아마도 저자가 대학시절 2년간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과 남편의 건강이 악화되며 남편을 간병하며 조금씩 쓴 글이 삶의 버팀목이 되었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남편에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말과 듣고 싶었던 말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계실 때 잘 할걸, 하는 마음은 늘 뒤늦게 떠오른다.
장례식이란 죽은 이를 위한 배웅이기도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위로가 아닐까? 충분히 그리워하고 걱정 마시고 잘 가시라고, 나도 남은 생 잘 살다 가겠다고... 문득, 한 번씩 생각해보곤 했다. 죽은 이는 눈 감기 직전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떠날까, 언젠가 가족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까. 생의 마지막 순간 '이 세상 즐겁게 잘 살다 갑니다.'라는 마음으로 눈을 감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 일했던 장례식에서,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그 순간밖에 보지 않았던 나는 죽음의 뒤편에 있는 걸 처음으로 의식했다. 여태껏 만났던 유족들도 모두 단순한 슬픔으론 처리할 수 없는 마음을 껴안고 반도 회관에 왔을 것이다. _40p.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_97p.
"이대로 장례식이 진행하면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죽음은 결국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의 문제니까요. 죽음을 어떻게 인정하느냐, 어떻게 포기하느냐. 유족이 마음속으로 매듭을 지으면 대부분 죽은 사람도 받아들이는 법입니다." _139~140p.
앞으로 아무리 많이 경험해도 이 광경에 익숙해지는 일은 없으리라. 아니, 익숙해지면 안 된다. 타인의 슬픔을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보면 안 되는 것이다. _254p.
사람이 죽는다는 건 이런 거야. 아무리 깊이 사랑해도, 아무리 간절히 생각해도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엔 닿지 않아. _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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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