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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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치매 환자를 지역사회에서 보듬고 있고, 우리는 치매 환자를 요양원으로 보내고 있다. 일본 요양원에서는 치매 환자들의 재활을 목적으로 그들을 보살피고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는데, 우리는 한 번 들어온 노인들은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막대한 세금이 사용되고 있는데, 어떤 요양원은 그 세금을 이용해서 세를 불리고, 1등급이라고 하는 와상 환자(누워만 있는 환자)에게 권리금을 더 얹어서 요양원 매매 광고를 올린다. _143p.

삶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우연히 발걸음 하게 된 한 노숙인 쉼터에서 무기력한 눈빛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외롭고 차가운 죽음을 목격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의지를 다지고 요양보호사로서의 삶을 7년째 살고 있는 저자 고재욱이 요양원에서 치매환자들을 돌보며 적어내려간 글이다. 해마다, 매년 늘어가고 있는 노령인구는 점점 더 폭발적으로 늘어갈 전망이라고 한다. 둘러보면 요양원, 요양전문병원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데 언제고 내가 저 시설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글쎄... 어떨까? 저자의 글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생생하고 지금의 삶을 부모님과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고 그려보게 된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2~30년 후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치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노력해볼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가까운 일본의 경위 치매가 아닌 '인지증'으로 명칭화하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교육하고 기억을 잃어가는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 주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요양원, 요양병원이라는 시설에 들어가면 '죽기 전엔 나올 수 없다.'라는 인식이 더 깊은듯하다. 실제로 나아져서 집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사실 별생각 없이 읽자고 시작한 책이었는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베풀고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써주신 저자에게 이 글을 써주어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하루라도 더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추억쌓기를 해야겠다.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낌없이 행복하고 행복하길...

이 책은 요양원에서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치매 노인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두서없이 뒤섞인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엮은 글이다. 치매 노인들의 조각난 기억들을 복원하는 일은 쉽지 않았는데, 반복되는 퍼즐 맞추기를 하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의미 없는 인생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요양원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그 죽음 앞에서 하찮은 삶은 없었다. _7p.

삶이라는 이야기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결코 피할 수 없다면 당당히 마주하는 편을 택하고 싶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도 나는 아직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타인의 죽음을 보면서도 나는 아직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타인의 죽음에는 관대하고 나의 죽음에는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이제 나는 눈을 뜨고 미래의 죽음을 살펴보려고 한다. 현재의 삶을 위해, 오늘을 위해서. _21p.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보다 보면, 부모의 마음과 자식의 마음은 절대로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지금껏 수백 명의 노인들을 봐왔지만, 나는 아직까지 자식을 원망하는 노인을 본 적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단 한 명도 없었다. _111~112p.

치매 환자 수가 2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명은 계속 늘어간다. 아직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참 무섭고 힘든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병이 치매다. 치매 환자를 가정에서 홀로 감당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가족을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다면, 너무 가슴 아파하거나 죄책감 갖지 말고 이제 요양원과 보호자가 함께 치매 환자를 돌본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_198p.

삶의 마지막 시간을 알고 있다면, 하루하루 두려움에 떨며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될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며 살지 않을까? 삶의 마지막 시간은 반드시 온다. 누구에게나. _283p.

우리나라 요양원의 목적은 무엇일까? 치매 환자는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환자의 사회 복귀가 희귀한 일이 되었을까? 치매 노인이 죽기 전까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대규모 요양원 공사는 계속된다. _312p.

우리는 언제나 내일을 떠올리며 산다. 바쁜 오늘 때문에 당장은 급해 보이지 않는 일, 사랑이나 행복 같은 일들은 내일로 잠시 미뤄둔다. 하지만 내일이면 너무 늦을 수 있다. 모든 이별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급한 일은 오늘 당장 사랑하는 일, 오늘의 행복을 참지 않는 일이다. 오늘이 세상의 첫날인 것처럼 온통 나와 당신을 사랑하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낌없이 행복해야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마음뿐이기에. _3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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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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