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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공장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9
이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평점 :

거리감은 환상을 부추긴다.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우주 저편 어딘가에는 지구인보다 훨씬 우월한 문명을 건설한 외계인이 살고 있을 거라는 믿음처럼. 그런 환상은 가슴을 뛰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불공평했다. _33p.
오동면이라는 작은 고장, 오동면에서 자라 쭉 같은 학교를 자란 오동 고등학교 2학년 네 명의 단짝 친구들. 어느 주말 서울 나들이를 갔다가 카페의 인테리어를 보고 작은 충격을 받는데,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장 같은 허름한 건물에 옛날 물건들을 불편하게 진열해두고 음료값도 비싼데 서울 사람들은 줄 서서 사진을 찍고 sns에 인증하기 바쁘다.
서울에서 오동면으로 돌아오며 이 귀여운 친구들은 비어있는 공장들을 돌아보며 제격인 자리를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각자 자신의 집에 있는 작은 소품들을 하나씩 들고 와서 자신들의 아지트처럼 꾸미다가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던 유정, 영진, 민서, 나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카페, 공장'에서 자신들이 해보고 싶었던 시작해본다. 비어있는 공장이라지만 임대차 계약도 안 하고? 사업자등록도 없이? 미성년자들끼리? 위생교육은? 등등 일반적인 잣대를 드리우면 하지 못할 이유들이 더 많다. 그런데 유명 SNS에 소개되면서 느닷없이 유명해져버리기까지 했다. 저자의 생생하면서도 재치 있는 상황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어느새 아이들의 꿈을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예측할 수 없는 내일, 하지만 보다 많은 아이들이 꿈을 꾸며 살아가기를...
오동면에서는 공간이 남아돈다. 우선 하늘, 탁 트인 하늘을 가로막는 높은 건물이 없다. 낡은 단층 주택과 반지하를 낀 이층집들이 대부분이다. _9p.
"울 동네 위쪽에 빈 공장들 많이 있잖아? 거기가 딱 여기 같은 분위기 아냐?"
...(중략)... "가는 건 좋은데... 가서 뭐 하게. 진짜 카페라도 차리려고?"
"까짓것 진짜 차리지 뭐. 어차피 장난인데." _35p.
단짝 사이에도 미처 모른 채 지냈던 기질과 습관들이 카페에서 일하다 보니 두드러졌다. 놀 때는 눈감아 주었던 것들이 일일이 신경을 긁고 뒤끝을 남겼다. _113p.
"우리 카페 아직 재미있잖아. 안 그래? 힘들어도 재미있잖아."
정이의 솔직한 말이 모두의 머리와 마음을 열었다. 카페 공장은 재미있다. 책임감이나 자기만족 같은 말을 붙일 필요도 느끼지 못할 만큼 재미있으니까 계속하는 것뿐이었다. 아이들은 지금껏 이만큼 재미있는 일을 해 본 적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적도 없었다. _170p.
"....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어."
영진이 혼잣말했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싫었다. 지금까지는 찍어 낸 듯 변함없는 하루하루를 당연히 여기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카페 공장 덕분에 어제와는 전혀 다른 오늘,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이 다가온다는 게 얼마나 짜릿한 일인지 알아 버렸으니까. _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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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