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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쁨 채집 생활 - 평범한 일상이 좋아지는 나만의 작은 규칙들
김혜원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6월
평점 :

인생이 계절처럼 흐르는 줄 알았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힘든 시기를 버티면 적어도 두세 달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체로 행복하길 포기한 채로 지냈다. 나를 즐겁게 해 줄 일은 나중으로 미뤘다. ... (중략)... 매일 버티기만 하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력한 채로 그놈의 '때'를 한없이 기다리며 흘려보낸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다. ... (중략)... 숙제 뒤엔 또 다른 숙제가 있다. 그러니 바쁘더라도 요령껏 시간을 내서 틈틈이 행복해야 한다. 작고 귀여운 기쁨이라도 모아야 일상을 지킬 수 있는 법이다. _007p.
익준의 아들 우주에게 한밤중 갑자기 고열이 나기 시작하고, 막 해열제(?)를 먹였는데 병원에선 응급콜이 온다. 누군가 익준과 교대를 하고 병원을 다녀온 익준. 송화가 우주를 안고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새벽 오랜 친구인 둘이 앉아 누룽지를 먹으며 송화가 익준에게 묻는다. "익준아, 넌 너에게 뭘 해주니?" (궁금한 나머지는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확인하세요. ㅋㅋ) 송화의 저 짧은 한마디에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떠다니게 됐다. "넌, 너에게 뭘 해주니?" (넌 지금 행복하니?) 이런 맥락으로 들렸으니까...
돌아보면 짬짬이 나를 위한 작은 일상 속 기쁨들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나만의 패턴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불만에 가려져 그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현재의 삶에 나를 너무 묶어두고 있는 건 아닌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게 아니라 그저 무기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뭘까?" , "어떤 순간 기쁘니?" 등 나를 위한 작은 습관 하나씩이 모여 평범한 일상이 더 좋아지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작은 규칙을 이야기하는 김혜원 작가의 에세이. '마음 놓고 행복할 수 있는 때'같은 건 인생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바쁘더라도 요령껏 시간을 내서 틈틈이 행복해야 한다고, 그래야 일상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흔들리는 일상의 중심에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일상의 폭이 좁아져 삶의 재미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이 책이 작은 숨구멍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_editor's letter
일기를 쓰면서 내 인생은 예전보다 더 단정해졌다. 해야 하는 일에 끌려 되는 대로 살다 보면 함정에 빠진 것처럼 막막해질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마다 일기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일기를 쓴다. _ 034p.
책을 '사서'보는 사람이 되기를 오랫동안 꿈꿨다. 예전에 누가 성공의 척도가 뭐냐고 물었을 때, '사고 싶은 책을 통장 잔고 걱정 않고 사는 것'이라고 답한 적도 있다. 단순히 책을 '읽고'싶은 거였다면 도서관에서 빌리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나는 빌린 물건으로는 하면 안 되는 일들을 하고 싶었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긋거나, 한 페이지만 찢어서 따로 보관하거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재밌게 읽던 책을 선물하길 바랐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책을 살 결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했다. _062p.
나이가 들수록 아는 사람의 숫자가 물리적으로 늘어난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사는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어떤 사람과 어울릴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_1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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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