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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 -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
이민주(무궁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영화에 숨어 있는 내 이야기를 찾아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영화 속 주인공들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들을 보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하며 안도하기도 하고, 언뜻 보면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잘만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며 나 자신을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현실이 답답해질 때마다 영화를 찾는 '일시 정지'의 순간이 길어졌습니다. 현실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영화를 재생하다가 내 모습과 주인공의 모습이 겹쳐질 때쯤 영화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게 되는 거죠. '아, 나도 그랬었지'하면서요. _프롤로그
극장의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조용히 혼자 보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흥행하는 영화 보단 소규모 극장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나 상영한지 한참 돼서 내려가기 전 한적한 극장 찾는 걸 즐기곤 한다. 조조영화 보단 심야영화를 즐기는 편인데 하루를 마감하는 늦은 밤, 영화를 감상하고 오롯한 여운을 즐길 수 있기엔 새벽시간이 제격!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인 이진주(무궁화)는 우연히 영화를 보다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영화를 보고, 기록하고, 그리는 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며 '정지'버튼을 누르며 자신의 삶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일상은 어쩌면 나의 이야기이고 그대의 이야기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순간이 내 상황 같아서, 내 이야기 같아서 '일시 정지'하고 싶었던, 정말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은가? 영화와 관련한 짧은 글을 읽으며 보고 싶어진 영화 목록이 꽤 늘었고, 저자처럼 영화를 보고 짧은 감상이나마 남겨보고 싶어지는 글이다.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는 무엇일까?
생김새도, 성격도, 생각도 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모두 똑같은 선택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보편적'이라는 기준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다. 각자의 현실은 다르며 개인의 선택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순 없다. 선택의 권리를 빼앗아서도 안 된다. _21p. #소공녀
관계가 끝나고 나면 좋았던 시절의 이면을 들춰본다. 그러면 '아름답다'고 잘 포장돼 있던 관계 아래에서 미움과 질투가 모습을 드러낸다. ... (중략)...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관계가 어렵다. 미묘한 신경전, 불안감에 흔들리던 어린 시절의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은 감정 때문에 무너진다 _82~83p. #우리들
다음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간 될 때... 언제를 바라보고 잡는 건지 알 수 없는 약속. 약속은 서서히 잊히고 상대방의 기다림만 계속된다. ... (중략)... 진짜 감정은 고이 접어둔 채 살아간다. 응어리진 마음들이 조금씩 쌓여만 간다.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지만 같은 선상에는 쉽게 서지 못하는 관계. 가장 가깝다고 느껴도 어느 순간 멀어지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과 타인. 아무리 쉬지 않고 걸어도 걸어도 서로에게 닿기가 참 힘들다. _ 118~120p. #걸어도걸어도
관계의 끝에서 우리는 end가 아닌 and에 집중해야 한다. 그 관계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끝나버린 인연의 좋았던 시간들은 마음 한편에 남겨둔 채. _195p.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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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