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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ㅣ 아르테 오리지널 11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그녀가 한 번이라도 행복했을까?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행복이었을까? 지난 몇 년 내내 그들은 같은 터의 토양을 공유하며, 서로 가까운 곳에서 자라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몸을 구부러뜨리며 어떤 자리를 차지한 두 그루의 작은 나무들 같았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를 위해 무언가를 했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했으며, 그 사실에 대해 언제나 기뻐할 것이다. _323p.
저택에 살고 똑똑하지만 왠지 오만해 보이는 메리앤은 전교 왕따, 공부도 잘하고 잘생긴 데다 운동도 잘하며 친구도 많은 코넬.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 메리앤과 코넬은 서로에게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며 급 호감을 느낀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메리앤과 달리 코넬은 친구들의 시선이 두려워 메리앤과의 관계를 숨기려 하고 결정적인 사건으로 메리앤은 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에 진학, 다시 재회하게 된다. 몇 주, 또는 몇 개월을 건너띄며 때론 메리앤, 때론 코넬의 시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변호사인 어머니 덕에 유복한 삶을 누리지만 가족과의 관계가 순탄하지 않은 메리앤과 메리앤의 집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미혼모의 아들이지만 어머니와의 사이는 친밀하다.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통점을 지닌 동갑내기지만 상반된 배경을 지닌 이 둘의 이야기는 중등 시절의 이야기를 거쳐 대학시절을 배경으로 넘어오면서 메리앤과 코넬의 상황이 역전된 듯 이 둘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연인도 친구도 아닌 애매한 사이 (너희 그냥 사랑하면 안 되겠니! 사랑이 맞는 것 같은데...) 미묘한 오차로 어긋나는 이들의 사랑을 배경으로 사회 계급, 인간 내면의 불안 등 무거운 문제들을 일상에 녹여냈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 섬세하고도 현실적인 묘사는 '사랑일까? 친구일까?' 미묘한 감정선을 타는 메리앤과 코넬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가는 모습들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포인트. 문장이, 하.... 가볍게 읽으려고 시작했는데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던 「노멀 피플」. 영국 BBC3 채널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시리즈가 방영되었다고 한다. 이 인물들을, 이 상황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진다.
저기, 왜 웃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꼭 키스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굴고 있잖아.
음, 해본 적 없는데.
...(중략)... 학교에서 애들한테 말하고 다니지 마, 알았지? 그가 말했다. _27p.
네가 너무 좋아. 메리앤이 말했다. 코넬은 갑자기 기분 좋은 슬픔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무의미하거나, 적어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적인 고통의 순간들은 이런 식으로 찾아왔다. 그는 메리앤이 철저하게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온갖 생각에 갇혀 살았다.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 썼고, 심지어 메리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신경 썼다. _38p.
나는 절대로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알았지? 절대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너 때문에 정말 행복해. 그는 그렇게 말한 다음.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덧붙인다. 사랑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진심이야. 그녀는 다시 눈물이 가득 차올라 두 눈을 감는다. 그녀는 심지어 훗날 기억 속에서도 이 순간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강렬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고, 이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느끼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든 사랑받을 만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처음으로 그녀에게 새로운 삶이 열렸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녀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 그게 내 삶의 시작이었어. _60~61p.
메리앤은 5월 이후로 그를 보지 못했다. 그는 시험이 끝난 후 고향집으로 돌아갔고, 그녀는 더블린에 머물렀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알았어. 사실 그녀는 그의 여자 친구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심지어 그의 전 여자친구도 아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다. _140p.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속내를 털어놓거나 무언가를 요구하는 게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그에게는 메리앤이 필요하다. 새삼스레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 메리앤은 그가 무엇이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설령 그들의 관계에 어떤 어려움과 원망이 있을지라도, 그 관계는 계속된다. 왠지 이 사실이 놀랍고, 거의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_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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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