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샘은 집 뒤편으로 돌아가 낡고 녹슨 궤짝형 냉동고에 걸터앉아 어두운 숲을 바라보았다. 마치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 샘은 데니스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했다. 사형수 감방에 20년도 넘게 처박혀 있는 동안 멈춰버린 그의 인생을. 그것은 데니스가 답을 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샘은 종종 잊곤 했다. 데니스는 펼쳐놓아야 할 서사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엉망진창으로 뒤엉켜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인간이었다. _295p.

어린 소녀를 죽인 살인죄로 복역 중인 데니스 댄슨, 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에게 편지를 쓰게 된 샘은 놀랍게도 데니스의 답장을 받게 되며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남자친구와의 결별 선언, 일상에 지쳐있던 샘은 데니스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데니스를 만나게 되고, 급기야 그에게 청혼을 받아 결혼까지 하게 된 샘. 그의 결백을 믿었고, 데니스가 누명을 쓴 걸 인정받아 20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면이 되었다. 선하고 착한, 호감형 인상의 데니스 하지만...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제 자유로워진 그와 행복하고 달콤한 신혼생활을 꿈꾸던 샘은 데니스가 낯설기만 하다. 언론의 주목, 낯선 사회에 적응하는 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대중의 시선을 받을 때만 다정한 그가 왜 불안하게 느껴질까? 급기야 레드 로드에 살고 있던 아버지의 소식에 몇 주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집에 머물게 되면서 샘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데니스가 빨리 떠나길 바라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의 집 주변을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불안감. '그는 정말 결백한 걸까?' 데니스의 의뭉스러운 행동들은 샘을 집착과 불안, 급기야 공포로 물들게 한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의 여정은 숨을 고르며 집중하게 되는 「이노센트 와이프」 마지막 장을 읽었지만, '과연 이게 끝이라고 생각해?'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여운을 남겼던 심리묘사가 탁월했던 소설로 에이미 로이드의 다른 소설도 기대되는 글이었다. 영화화된다고 하니, 심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기대하셔도 좋을 듯!

사람들은 데니스에게 깊게 감정이입했다. 역경에 빠진 열여덟 살 소년이 감옥의 남자로 변하기까지 오랜 세월을 지켜본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했다. 데니스에게는 어딘가 성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밝은 흰색 작업복을 입은 모습은 수도승처럼 고요했고, 양손과 발을 I자 모양 사슬로 묶여 있는 모습은 그리스도의 대속을 연상시켰다. _14p.

"난 데니스가 어떤 앤지 끝내 알지 못했어. 아마 아무도 그 애를 알 수 없을 거야."_108p.

샘이 현재의 그들 관계에 익숙해져 있었다. 둘을 격리시키는 두꺼운 플라스틱 벽이 없으면 그들이 서로에게 상처 주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샘과 마크가 그랬듯이. 등을 돌리고, 거짓말하고, 휴대폰을 꺼놓고. 샘과 데니스가 지금까지 비켜나 있었던 그 사소하고 잔인한 행위들. _141p.

불현듯 외톨이가 된 기분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마치 샘과 결혼한 남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자다 깨보니 남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줄거리를 알지 못하는 이야기 한복판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_339p.

#이노센트와이프 #에이미로이드 #김지선 #스릴러소설 #장르소설

#흐름출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