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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평점 :

가볍게 요가를 마치고 80도로 식힌 물에 30초 동안 우려낸 우전차 한 모금. 앉았을 때 편안한 바지, 피부에 자극 없는 부드러운 니트를 골라 입고 외출한다. 약속에 늦지 않도록 시간 맞춰 지하철을 타고, 책을 읽는다. 나는 이 모든 사소한 선택이 나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 과정임을 안다. 물론 평생이 지나도 나는 나를 모를 거다. 그저 미스터리한 나에게 호기심을 잃지 않고, 지금 관심 가는 것에 몰입하여 나와 잘 지내자는 마음뿐이다. _prologue
지금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저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느끼고 실천하며 적어내려간 일상 에세이다.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도 과거엔 쇼핑을 즐기고, 물욕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하는데 읽으면서 지금의 내 모습이 과거 저자의 모습이었구나. 라고 인식하게 되는 순간 무섭게 빠져들어 읽어갔던 글이기도 했다. '난 물건 욕심은 없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용하는 제품들이 줄어드는 게 보이면 전쟁이 날 것도 아닌데 떨어지지 않게 비축해두곤 한다. 바로 읽지도 못할 책을 어마어마하게 쌓아두고 있으며, 계절마다 옷을 구입하는데 왜 입을 옷은 늘 없는 걸까?
저자의 일상을,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내 주변의 정리해야 할 것들도 조금씩 보이게 될지 모르겠다. 일, 삶, 인간관계, 물건 등 좋고 싫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며 균형 잡힌 일상을 계획하는 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일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행복이자
흔들리는 나를 지탱하는 힘.
나는 일이 좀 안 풀린다 싶으면 집에 있어서는 안 될 게 있는지 샅샅이 수색한 뒤 버린다. 관계가 틀어져 버린 사람이 준 물건을 버리고, 신고 나갔다가 발이 너무 아파 두 번 신을 일이 없는 그러나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신발도 정리한다. 내게 고통의 기억을 안긴 거슬리는 물건을 없애고 나면 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부정적으로 느낀 기운이 사라지면 어느새 막힌 운이 뚫려 원활히 순환되는 느낌. 매우 미신적인 접근이지만 불행한 기운이 들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_034p.
몸을 조금씩 매만지면서 고단함을 풀고 있노라면 일이 지나치게 많을 때는 몸을 관리할 시간을 한 토막도 낼 수 없다고 믿었는데, 왜 휴대전화 들여다볼 시간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진짜 휴식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고 몸과 마음에 뭉치고 쌓인 것을 풀어내야 생기는 것임을 예전에는 몰랐다. _106p.
그리스어의 책을 뜻하는 비블리오(Biblio)와 라틴어 어원으로 취한다는 의미의 바이불리(Bibuli)의 합성어로 지나치게 많이 읽는 책 중독자를 뜻하는 비블리오바이불리. 사람들이 술이나 종교에 취하듯 그들은 계속 책에 취해 있다고 미국 문예 비평가인 헨리 루이스 맹켄이 창안한 개념이다. _173p.
지금의 공부가 학생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손으로 써 가며 공부를 하지 않는 점. 나는 글을 쓸 때처럼 빈 페이지에 키보드로 노트 정리를 한다. ... (중략)... 다시 학생이 된 듯 공부하다가도 해야 할 업무들을 떠올리면 마음 한쪽이 무겁다. 양손에 쥔 떡을 모두 놓칠까 봐 두렵지만, 만약 한 손을 놓아야 한다면 나는 미래를 위한 공부를 포기할 사람이다. 냉정한 현실에서 꿈은 밥을 먹여주지 않았다. 생계가 우선이었다. 그러나 꿈이 없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 _202p.
항상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해준 만큼 받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고 되새기며 살지만 가끔은 내가 신경 써주는 반만이라도 돌려받고 싶을 때가 생긴다.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_2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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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