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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평점 :

다독다독은 의태어지만 다독이거나 다독임을 당할 때, 우리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어떤 소리를 듣는다. “괜찮아, 괜찮아”라는 뭉근하고 다정한 위로가 들릴 때도 있고 “괜찮아? 괜찮은 거지?”라는 다급한 물음이 들릴 때도 있다. 어느 것이든 괜찮은 사람이 괜찮지 않은 존재에게 건네는 말이다. 하는 사람도, 그것을 듣는 존재도 그 순간만큼은 괜찮아지게 만드는 말이다. 마침내 나를 살게 만드는 다독임이다. _ 작가의 말
단단한 사람이고 싶었는데, 가끔 그렇지 못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위로받고 싶은 글을 찾아보게 된다. 인별그램에 올라온 오은 시인님의 영상을 보고, 홀린 듯 바로 구입한 「다독임」. 다독임의 순간들을 잊고 싶지 않아 메모한 단상을 엮은 글은 2014~2020년 기간 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과 내면을 담은 이야기임에도 읽으면서 '괜찮다, 괜찮다' 위로를 받는 기분 들었던 건, 들끓던 마음도 긴 인생을 살다 보면 별일 아니다, 지나간다, 이내 또 괜찮아질 거라 다독여주는 것 같다. 탓, 을 하지 않고 안으로 나를 생각해보고 보듬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 글의 사이사이 오은 시인이 소개하는 책들도 읽어보려 담아두기도 하고 담아두고 싶은 문장을 필사해가며 마음으로 짚어가며 읽었던 글. 언제고 마음이 휘청일 때 제일 먼저 꺼내 읽어보게 될 책, 그리고 오은 시인님께 입덕한 계기가 된 책. 뭉근한 다정함으로 위로할 줄 아는, 시인 오은의 '마음'을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 읽어요 우리.
‘덕분’이 ‘때문’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덕분’과 ‘때문’의 대상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지만, 속을 들추어보면 실제로 이 말은 나를 향해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덕분이라고 말하기에는 쑥스럽고 나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창피한 것이다. _67p.
끝을 알리는 일, 끝이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일은 시작을 알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시작은 마음을 채우는 일이라 마냥 설렐 수밖에 없다. 반면, 끝은 마음을 덜어내는 일이므로 어느 때보다도 신경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 끝을 꺼내는 법, 끝을 시작하는 법에 마음을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만날 때도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고 인사하듯이. _83p.
과거는 견뎌내서 아름다운 시간이었지만 현재는 우리가 관통해야 할 무시무시한 시간이었다._124p.
시를 읽기 전의 나와 시를 읽고 난 후의 나는 확연히 달라져 있다. 공교롭게도 이것은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만 안다. 자기 자신은 안다. _185p.
시간을 쓰는 일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중 하나를 고르고 그 시간 안에 나를 담는 일이다. _222p.
마음의 체력이 약해지면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는다. _26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