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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평점 :

"하는 일마다 모두 안 되는 그런 날들이 있지." 두더지가 왜가리 발아래 구멍을 파면서 투덜거렸다. "너도 그런 날이 있잖아."
"그렇지. 그런 날이 있지." 개미가 대답했다._9p.
책띠지의 짧은 문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는 일마다 잘 안되는 그런 날, 그렇지 그런 날이 있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일상을 통제해야 하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 답답하지만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모임을 삼가라고 계속되는 문자를 받으면서 이렇게 길어지기만 하는 사태가 언제쯤 마무리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소설에 등장하는 동물들에 투영한 짧은 이야기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수선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너도 넘어져 본 적 있니?"
"응, 꽤 자주, 다들 넘어지니까 괜찮아."
하는 일마다 모두 안 되는 그런 날들,
괜히 울적하고 의기소침해지는 순간들...
그럴 때마다 가만히 귀 기울여주는 조그만 우리 친구 다람쥐
가끔은 긴 문장보다 짧은 문장에서 위로를 받게 된다. 톤 텔레헨의 소설은 귀여운 동물들이 화자로 등장해 우리를 위로한다. 「고슴도치의 소원」, 「코끼리의 마음」, 「잘 지내니」, 「잘 다녀와」에 이어 다 섯번째로 만나게 되는 「다람쥐의 위로」다. 작고 귀여운 다람쥐와 숲속 친구들. 역시나 이번 책도 김소라 작가님의 일러스트로 이야기의 따스함을 한층 더했다. 말없이 차 한잔 함께할 누군가 필요할 때 톤 텔레헨이 전하는 고요한 위로의 이야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조용한 다독임을 받는 느낌의 책이다.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서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작은 위로를 건네는 게 다이지만, 그 작은 위로가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필요한 건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 그리고 적절한 때에 건네는 작은 위로가 아닐까?
"난 아픈 데가 없어." 갑자기 개미가 말했다.
모두가 입을 닫고 놀란 눈으로 개미를 바라보았다.
"아픔은 터무니없는 생각이야." 개미가 말을 이었다.
다람쥐는 이따금씩 자기 안에서 느끼는 아픔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콕 집어 어디가 아픈지는 절대 알 수 없었다. 뭔가 울적한 아픔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아픔도 터무니없는 것일까? _58p.
"나는 나 자신이 지겨워질 때가 있어. 넌 그럴 때 없니?" 그때 개미가 물었다.
"도대체 왜 지겨워진다는 거니?" 다람쥐도 물었다.
"그건 모르지. 그냥 말 그대로 지겨워지는 거야. 전반적으로 말이야." 개미가 대답했다.
다람쥐는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귀 뒤를 긁적이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한참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니 놀랍게도 점점 자신이 지겨워졌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제 나도 나 자신이 지겨워졌어." 다람쥐가 말했다. _72p.
"안녕, 차야." 다람쥐가 다시 말해보았다. 그렇게 차와 담소를 시작했다.
둘은 향기에 대해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에 대해서, 그리고 겨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차는 다람쥐에게 찻잔을 비우라고 했다. "내가 식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다람쥐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안녕, 차야."
그리고는 찻잔을 비웠다.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네가 필요하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게, 다람쥐야." 차가 말했다. _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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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