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보통명사
조소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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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기간엔 항상 생각했다. 내가 글로 적지 않는 날에도 나의 하루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내가 지쳐서 기억하지 못할 순간까지도 당신이 기억해 줄 테니까. 그렇게 '당신'이란 보통명사에 의존해온 기억들은 어느 날 한숨에 모두 사라졌다. 나는 나의 인생을 복원하지 못한다. '당신'들에게 맡겨둔 어떤 순간들의 의미. 그렇지만 그 기억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가. 기억의 조각들만 가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길로 흩어진다. _ #당신이라는보통명사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다 책의 제목을 보고 반해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던 책이다. 마침 밀리의 서재 한 달 체험 기회가 생겨서 읽을 책들을 주섬주섬 챙기다 눈에 띄어 바로 읽었던 「당신이라는 보통명사」. 문득 작가의 프로필이 궁금해져 찾아보니 20대 여성 CEO, 유리천장을 깬 여성,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등 꽤 다양한 수식어를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기관 저출산고령사회위원 최연소 위원으로 위촉,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다양한 수식어들을 보며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조금은 기대되기도 한다.

보통의 연애, 보통의 청춘이라고 읽기엔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 무색하게 거침없이 당당하며 적나라하다. 날 것의 감정을 마주하면 이런 느낌일까? 서투르고 지난한 시간들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곱게 이름표를 붙인듯한 그녀의 글은 때론 부끄럽지만, 상대를 그대로 사랑하기보다 이해가 앞서지 않아 힘겨웠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언젠가 모두 사라져버릴 기억들에 붙인 이름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해가 아니라 사랑이다. 네가 얼마나 외롭든 얼마나 초라하든.

사소한 순간들이 따가울 때가 있다.

하지 않아도 좋았을 말을 했을 때가 그렇다.

괜찮은 척, 태연한 척, 넉살 좋은 척 했던 이야기들.

스스로를 싫어하게 된다. _ #청첩장모임에다녀오다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쉽게 흐른다.

너무 쉬워서 살아있음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_ #번아웃

나는 오늘도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하루를 살았다.

너도 아마 그럴 테니까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음에

실망하거나 노여워할 필요는 없는 거다.

아마 우리는 평생토록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간극이 가끔은 마음을 외롭게 하지만,

내 외로움이 깊은 만큼

너도, 우리도 모두 깊게 외롭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 싶다. _ #이해할수없는사람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을 보내고 또 그 사랑이 언젠가 다시 찾아오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나는 헤어짐의 장면을 그대로 잘 보존해두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에 더 나은 일임을 알았다. 지나간 것은 이미 미화되었기에 우리는 그때보다 더 예쁘게 사랑할 수 없다. 머릿속에 필름이 여러 통 있는 것을 축복하는 편이 더 낫다. _ #나도오랜시간잔잔히누군가를사랑하고싶었지

#당신이라는보통명사

#조소담 #산문집 #에세이 #21세기북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밀리의서재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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