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바침 -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장서가가 되는가. 책을 보관하는 것에 비하면 사는 건 일도 아니라는 걸 느낄 때 예비 장서가가 되고, 그걸 실감할 때 진짜 장서가가 된다. ...(중략)... 장서가로 신분이 바뀌게 되면 이제는 책이 상전이 되기 때문이다. 분명 책은 내가 수집하지만 어떤 때는 책이 자기 보존을 위해서 나를 고용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_ #이현우 #로쟈

기계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일상생활에든 전쟁에서든 말을 ‘압도하는’능력을 증명한 지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현대의 또 다른 발명품이 인간의 오랜 동반자를 대신하고 대체할 수 있을지 화두에 오르고 있다. 바로 전자책이다. 텍스트가 종이에서 분리될 것인가? 독서가 모니터나 태블릿, 스마트폰처럼 생긴 디지털 장치를 다루는 행위가 될 것인가? _19p.

책을 60년 동안 읽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일주일에 한 권씩(절대 적은 분량이 아니다!) 읽는 다면 약 3,000권을 읽을 수 있다. 즉 스스로를 다그친다면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일반적인 크기의 방 하나를 채울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평생 읽는 책의 분량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책의 분량은 언 정도 일치한다. 우리가 소장하는 책의 분량만큼, 딱 그만큼의 텍스트가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마련하는 모든 새책은 그 책들이 우리의 책장을 차지하는 공간만큼 우리의 독서 생활을 차지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맞은’책을 고르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_60~61p.

책의 우주는 광대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유명해지고, 소중히 여겨지고, 호평받고, 과장되고, 영화화된 수집 수백 권의 책이 평온한 삶, 심지어는 침묵하고 보이지 않는 삶을 영위한다. _100p.

오랜 세월 동안 책 상자를 꾸리기도 하고 풀어헤치기도 하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토록 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있고 싶은 욕망의 배후에는 실제로 무엇이 존재할까?

이 모든 사색과 반성의 결과가무엇이었을까? _149~150p.

읽힌 책은 그것을 읽은 독자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다. 심지어는 아주 중요한 장의 특별한 한 단락이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_163p.

장서광은 중독된 자들이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책 중독도 끊임없이 복용량을 늘려야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책들이 책장 밖으로 넘쳐나고 바닥에 높이 쌓이고 빈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마지막에는 책들 자체가 가구가 되고, 심지어 정말 마지막에는 소유주의 유일한 가구가 된다. _174p.

#책에바침

#부르크하르트슈피넨 #리넨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쌤앤파커스 #인문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_추천도서 #이밤이책 #너무시끄러운고독 #보후밀흐라발

책에 대한 없던 애정도 생길것 같은, 설득력있는 장서가들을 위한 책. 이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시끄러운고독 을 떠올린 건 나 뿐이었을까? (읽다가 책장을 뒤져 찾아내 다시 뒤적여보고 있다.) 잘 읽히는 글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책을 더 쌓아도 되겠구나! 라는 명분이 생긴것 같아 내 자신이 조금 두려워졌다. (이거 위험한 책 인데...)

기꺼이 책에 둘러쌓여 살고 싶어지는 책이며, 저자의 서가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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