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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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한테는 너도 행복해 보여. 원래 남들은 행복해 보이는 거야."

그러나 알고 보면 남들도 행복하지 않다. 인생이 조증도 아니고 어떻게 행복하기만 하겠는가. 서로 행복한 시기가 다를 뿐이다. 자기가 행복할 땐 남을 보지 않아서 서로 엇갈릴 뿐이다. 이 글을 쓰다 네이버에서 '행복이란'을 검색해 보니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뭐야, 언제부터 인생에 그런 목표가 있어야 했던 거야. 그럼 지금부터라도 행복해 볼까. 아, 귀찮은데. _242~243p.

중, 고교시절 즈음부터 조금씩 모은 용돈으로 서점을 들락거리며 눈여겨봐둔 책들을 한 권씩 구입해 아껴 읽었고, 국내 소설이나 에세이보단 외국소설들을 읽을 때여서 이 책을 번역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궁금증을 가져보기도 했었다. 자연스레 번역가,라는 직업에도 관심이 조금 생겼지만 언어엔 재능이 없음을 알고 일찌감치 포기를.. (노력이라도 해볼걸..ㅠㅠ) 특유의 감성이 코드가 맞아 찾아 읽게 되는 작가 몇 분이 계신데 그 책의 대부분을 번역하신 권남희 번역가님의 에세이라니!!! 아껴 읽고 싶었지만... 앉은 자리에서 완독!! (아니!!! 글 너무 잘 쓰시는 거 아닙니까!!!)

마스다 미리, 무레 요코, 요시타케 신스케, 가쿠다 미쓰요 , 요시다 슈이치의 글을 번역하신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다른 나라말로 쓰인 글을 우리의 정서에 맞게 번역하는 건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번역가도 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내공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마 누가 읽어도, '어? 작가님 나랑 좀 비슷하신데?'라는 부분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런 부분이 너무 많아서, 고교시절 꿈을 좀 키워볼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자신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작업을 하시는 작가님, 그 공간이 그려질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책을 읽으면서도 '작은 책상에서 이 글을 쓰셨겠구나..' 라는 이미지가 절로 그려진다. 번역가 권남희, 엄마 권남희, 인간 권남희의 일상을 28년이라는 시간을 번역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읽으며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 작품들이 그래서 좋았구나, 느껴지는 건 번역가님 특유의 따스함과 유쾌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보고 싶어진다. 앞으로도 작가님께 많이 많이 빚지고 싶습니다. 번역 계속해 주세요~ 정세랑 작가의 추천처럼 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일과 삶을 고루 사랑해온 이만의 심지가 이 작은 챙게서 기분 좋게 만져진다. 홀로 단어를 만지작거리는 이들에게, 바라보고 따라 걸을 수 있는 그녀의 작고 즐거운 등이 얼마나 간절한지. 무엇보다 권남희 번역가의 글은 정말 재미있다. 더 자주, 더 길게 써주길 바랄 뿐이다. _ #정세랑

몇 해 전, 안자이 미즈마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추도문에서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마음을 허락한 몇 안 되는 사람'. _027p.

미우라 시온의 문장은 내 취향을 저격했다. 가볍지 않고 무겁지 않고 재치가 넘친다. 사전에 실릴 단어들을 옮길 때는 막막한 언어의 바다에 표류하는 기분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적절한 단어를 찾았을 때의 쾌감이 컸다. _036p.

무레 요코는 당신 같은 사람들과 같은 묘지에 묻히고 싶지 않다며 절연을 선언했다. 그녀는 이런 가족 얘기를 에세이로 계속 쓰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쓸 거라고 한다.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스토리는 이제 일일극이나 주말극 엔딩에서만 볼 수 있지 않을까. 현대의 가족은 와해를 향해 가는 공동체 같다. 그러니 다른 집은 다 화복한데 우리 집만 콩가루야, 하고 비관하지 마세요. 어느 집이나 문 열고 들어가 보면 곪은 곳은 다 있기 마련입니다. _050p.

추억 속의 사람들은 잠시 소환했다가 제자리에 돌려놓는 게 좋다. 긴 공백은 무엇으로도 메우지 못한다. 안부는 바람을 통해 듣도록 하자. 그 시절 내가 알던 모든 사람들이 50대가 된 지금도 하늘 아래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기도한다. 나는 잘 지내요. _125p.

#귀찮지만행복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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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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