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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여름의 겨울」 싱그러운 여름과, 모든 생명이 잠시 움츠러드는 겨울이 공존하는 제목이라니 책표지도 제목도 아름다운 에세이 일 것 같았다. 제목과 달리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이 책 앞에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다 큰 어른들에게도 어떤 형태로는 공포로 기억되는 장면,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 살 소녀와 그의 동생, 소녀의 이야기는 가정에서조차 보호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소녀의 가족이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과 연약한 어머니와 자신과 동생이 그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을까? 사이좋은 남매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아이스크림 할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뒤로 남동생 질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같았다. 동생을 위해서라도 타임머신을 만들고 싶었던 소녀. 하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없음에 좌절하고 아버지와 점점 닮아가는 동생을 보는 게 힘들다.
소녀는 성장하면서 과학과 수학 분야에 뛰어난 두각을 나타나게 되고 아버지에게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자신의 삶을 가꿔나갈 줄 안다. 하지만 그녀의 조심함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눈에 그녀의 눈부심은 눈에 띄었는지 아버지는 딸인 그녀가 자신의 아내처럼 텅 빈 삶을 살기 바라는 것 같고, 어느 날 남매에게 사냥을 제안한 아버지의 미친 광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새로운 상황이 등장할 때마다 속으로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였다면? 내가 이 상황이었다면?" 소녀 같은 용기와 결단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일련의 사건들만 늘어놓고 보면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야긴데, 또 그렇게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소녀의 긍정적인 반짝임이, 삶에 대한 강한 애정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8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글은 앉은 자리에서 쉼 없이 읽어내기에 부담 없는 분량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장을 덮고 제목을 보며 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여름의 겨울」 위태롭고 아린 아픔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이 있기에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성장소설이다.
"어린이들, 알다시피 가까이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어. 너희도 알게 될 거야. 너희 하늘을 어두워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란다. 너희 기쁨을 빼앗아가고, 너희 어깨 위에 앉아 너희가 날아오르지 못하게 하지. 그런 사람들을 멀리해. 폐차장 주인 역시 그 중 하나야." _023p.
삶이란 믹서에 담겨 출렁이는 수프와 같아서, 그 한가운데에서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칼날에 찢기지 않으려고 애써야만 하는 것이다. _091~092p.
"폭풍우에 대해선 거짓말을 했지만, 다른 건 아니야. 마리 퀴리에 대해서도 아니야. 넌 용감한 아이야. 네겐 위대한 일을 해낼 용기가 있어. 오늘 네 얼굴은 무척 단호했단다. 다만... 계속 싸워라. 미안해, 나는 요정이 아니야. 그래도 넌, 넌 특별하단다, 꼬마 아가씨.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거든, 이렇게 말해 줘. 꺼져 버리라고." _107p.
"엄마, 엄마는 왜 인생을 놓아 버렸어요?" _223p.
나는 내 몸을 사랑했다. 나르시시즘 같은 것이 아니었다. 설령 내 몸이 못생겼다 하더라도 다름없이 사랑했을 것이다. 내 몸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함게 길을 걷는 동반자였다. 그리고 내가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내 몸에서 새로운 감각들을 발견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쾌락을. 달콤한 순간이 찾아오면 고통은 잊혔다. _238p.
트럭이 길을 떠났고, 나는 눈을 감았다.
내 삶의 2막은 정확히 그 순간 시작되었다.
하루가 저물어 갔고 내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었다. _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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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