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룸 - 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 Philos Feminism 6
수전 팔루디 지음, 손희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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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나는 낯선 사람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아버지였다. 나는 항복을 할 것이라고도, 그렇다고 승리를 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다시 싸웠다가를 반복했다. 2014년 가을 무렵이 되어서, 아버지가 10대 때 숨어 있었던 방에서 로슈 하샤나를 맞이할 즈음에, 우리는 서로 이해하게 되었고, 심지어 친밀해졌다. 하지만 화해의 순간은 때맞춰 찾아온 셈이었다. _607p.

76세의 나이에 여자가 되기로 한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아닌 ‘그녀’ 스테피라는 여자로 나타난 트랜스젠더 아버지의 삶.

사실 읽기 전에 꽤 두툼한 분량에 놀랐지만, 한 가족의 연대기, 개인적인 역사와 정치적인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수전이 기억하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되고자 노력하는 여자로서의 삶. 아니.... 이 아버지 너무 자기중심적인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 아닌가? (부들부들). 근육이 없어서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을 거라니... 그럼 사건 속의 주인공은 누구??

꽤 두툼한 분량에 놀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잘 읽히는 편이다. 한 개인의 삶을 관통하며 바라본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아버지를 이해하게 될 수 있기까지의 여정은 꽤 길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불화와 집착적인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를 70대 여성으로 마주하게 된 40대 후반 딸과의 이야기는 불편한 한편 놀라움의 연속인 글이기도 했다.

'너와 같은 여성'임을 주장하는 아버지, 그리고 딸과 상반된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수전의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역사에 대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탐독하며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생각해 보게 되는 건 '정체성'이란 단어였다. 유대인이고 싶지 않았고, 나라에서 버림받았으며, 아들이 되고 싶지 않았으며 가장 완벽한 남자가 되고 싶었던 여자. 수전 팔루디의 글을 통해 읽어나갔던 아버지의 삶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넓힐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수전 팔루디가 깨달은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이분법은 삶과 죽음, 단 하나뿐이다._#한채윤

그의 셔츠는 피로 흠뻑 젖었고, 쇼크 상태였다. 아버지는 그를 야구방망이로 공격하고 난 다음, 주머니에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스위스 아미 칼로 찔렀다. 복부에 자상이 여러 개 생겼다. ... (중략)... 아버지가 침입했던 날 밤, 그는 이마에 난 작은 상처만 치료하고 지역 구치소에 수감되었다가 아침이 되기 전에 풀려났다. ... (중략)...

“나는 이제 공격적인 마초 맨을 가장하는 게 진절머리가 난다. 나의 내면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지.” 아버지는 이메일에 이렇게 적었다. 거의 40년이나 흘렀고, 아홉 개의 표준 시간대를 지나왔지만, 내가 그녀의 새로운 인격에서 그 폭력적인 남자의 이미지를 지워 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_90~91p.

“어쩌면 개인적 차원에서는, 어떤 사람이 특정한 시기에 노출이 되면, 그게 그러니까 뭐랄까 그 신드롬을 촉진시킨다거나 촉발시킬 수도 있지 않은가. 개인적인 차원 어디엔가 그 연결 고리가 있는 거지. 그걸 증명하기는 아주 어렵겠지만.” “뭘 증명하는데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네 아버지는 아마도 어렸을 때 그 안에 이런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걸세. 그리고 우연히, 전쟁이 동시에 닥쳐오면서....” 오토가 말했다. “나는 자네가 자네 아버지와 홀로코스트 사이에 어떤 연결점을 찾으려 한다고 느꼈네. 하지만 나는 홀로코스트가 어떤 사람을 그렇게 만들 수는 없....”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말했다. .

....(중략)....

“오토, 나는 홀로코스트가 아버지가 성전환을 한 이유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중략)...

“시작한 곳에서는 아닐 걸세.” 그가 말했다. “많은 사실이 드러나겠지. 결국에, 마음이란 블랙박스 같은 거니까.” _282~283p.

"여자라서 너무 좋아." 아버지가 잔을 들면서 말했다. "내가 속수무책으로 보이니까 모두들 나를 도와준다니까. 야단법석이야. 여자들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지!" _310p.

"너무 모호하게 쓰여 있네." 오토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심리상담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는--- 아니 그녀는 --- 자네 부친이 스스로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 혹은 뭐가 되고 싶은지 말이지." _4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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