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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2009년 6월의 어느 밤,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새 가죽 299점이 도난당했다.
연어를 잡을 때 쓰는 플라이 타이어를 만드는 취미를 가지게 된 에드윈은 영국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하고 깃털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깃털들, 박제되어 박물관에 나란히 누워있는 저 새들의 깃털과 가죽만 있다면.... 희귀하고 아름다운 깃털, 멸종된 새의 깃털은 플라이 타이어들에겐 너무나 탐나는 재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물관에 숨어들어 몰래 훔쳐낸 것은 범행이 아닌가?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박물관에 들어가서 300여개에 가까운 박제된 새들을 혼자 들고 나왔다는 것에도 좀 놀랍고 의아했다.) 실제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를 에드윈은 정신 질환을 핑계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이후에도 밝혀지지 않은 몇 십 종의 새는 어디로 간 것인지 추적하게 된 저자의 단순한 호기심은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에 이른다. 멸종된 새의 깃털을 거래하면서도 그 이력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은 이들의 침묵,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신의 범행을 도둑 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하는 에드윈의 이야기는 자신이 역사를 보존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정의에 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깃털에 중독된 사람들은 알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_171p.
플라이 타이어들이 열망하는 깃털에 대한 열망은 시간을 거슬러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인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 은행가이자 정치가였던 월터 로스차일드를 거쳐 19세기 말 여성들의 옷과 모자를 장식하며 유행을 선도한 깃털 열풍에까지 이르르게 된다. 빅토리아 시대 연어 낚시에 사용되던 플라이 타잉의 세계에 빠진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 시절'의 희귀한 깃털에 더욱 열망하게 되는 이들의 욕망과 정의에 대한 가볍지 않은 울림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함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멸종은 깃털 도난 사건으로 이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과 이미 멸종한 개체들이 박물관의 먼지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름다운 깃털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의견을 대립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름다운 깃털에 현혹된 절도범이 된 음악가의 박물관 도난 사건으로 시작되는 실제 사건을 다룬 이 책은 아름다운 깃털을 찾아 하늘을 보게 되는 기가 막힌 범죄 스릴러였다.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결국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 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_23p.
"문득 지나간 세월이 떠올랐다. 아주 오랫동안 이 작은 생명은 어두침침하고 음울한 숲에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는 아름다움을 이어왔다. 이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낭비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월리스는 극락조가 보여준 놀라운 진화의 여정을 생각하다가 앞날을 생각하니 다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체가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야생에서 아름다움을 뽐내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젠가 도시 사람들이 이 머나먼 곳으로까지 손을 뻗게 되면 지금처럼 유기체와 비슷한 비유기체가 적당히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자연은 훼손될 것이고, 결국 이 아름다운 생명도 멸종할 것이다." _52~53
스무 살의 에드윈에게 박물관의 새를 훔쳐야겠다는 생각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더 정당화됐다. 그 새들만 있으면, 플루티스트로서 야망도 실현하고, 타잉계에서 그동안 누리고 싶었던 지위도 누리고, 가족도 도울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새의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므로 어떤 힘든 상황이 와도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험이 될 것 같았다. _140p.
"그 플라인지 뭔지로 실제 낚시를 하는 것도 아니라면서요. 그렇죠?" 박사가 말했다. "그럼 대체 뭡니까?" 그건 그냥 집착일 뿐이잖아요. 집착!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 하지만 빌어먹을 오리지널 따위는 세상에 없어요! 대체 그자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사람은 오하이오주의 치과의사라더군요. 오리지널과 그 일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_267p.
나는 깃털 도둑이라고 놀리는 친구들이 없는지 농담 삼아 물었다. 그런데 '도둑'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어떤 단어들은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도둑이라는 단어가 그중 하나예요. 아주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할 때 도둑은 강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남의 주머니를 슬쩍하는 사람이죠. 다음 날, 다시 거기로 가서 또 다른 타깃을 찾고요. 아니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쳐서 먹고살거나 혹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쳐서 먹고살거나 혹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도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도둑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요. 지갑이 떨어져 있어도 저는 가져가지 않을 겁니다. 지갑에 신분증이 들어 있다면 어디 찾아줄 만한 곳에 갖다 줄 거라고요." _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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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