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주 독립적인 여자 강수하 - 냉정한 분노로 나를 지키는 이야기
강수하 지음 / 원더박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근 10년간 지켜본바, 그는 부모님이 올라오실 때마다 꼭 뵙는 타입은 아니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분명 크리스마스에 나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지금 결혼을 앞두고 변하고 있었다.
"너 철드니?" 내가 묻자 남자 친구는 "그 말, 부정적 의미인 거지?"라고 되물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결말이 나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아직 결혼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어떤 것일까? 왜 결혼을 하면 철이 들까? 혹시 나도 철이 들까? 그러고 싶지 않은데, 앞으로 우리의 결혼 생활은 어떻게 될까? 나는, 그리고 너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_92~93p.
다들 이렇게 살아가니까,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던 시절도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생활양식이 변하고 있음에도 가정 내에서 여자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양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며 교묘하게도 그것이 가정의 행복을 위해, 너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설득당하며 살아간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 사람은 정말 행복한 걸까?라는 생각해보기도 했다.
딱히 독립적일 필요 없이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괜찮아졌으면.
<아주 독립적인 여자 강수하> 감성적으로 보이는 책장을 펼치면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놀라웠다. 이렇게 솔직할 수가!!! 자신의 삶에 대한 또렷한 생각이,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의 결혼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자신의 주관은 지키되 상대에 대한 배려도 놓지 않는 강수하라는 사람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넘치는 애정을 받아보지 못했고, 조금은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인생의 첫 독립을 하면서 홀가분하다고 생각한다.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던 건 그녀가 겪었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현실을 오롯하게 자신의 인생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강수하의 의지와 노력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수없이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조금 더 용기를 내도 좋지 않을까? 함께 이야기하며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글이다. 강한 사람도 아니면서 꿋꿋한 강수하의 글은 때론 너무 슬프지만,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기도 하다. 이렇게 힘주어 살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오기를... 가부장제가 주는 모멸감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하는 강수하의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만나보고 싶다.
만약 우리가 결혼을 하지 않은 채로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마에 이렇게 써 붙이고 다니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결혼을 안 하는 것뿐이에요." 그래서 결국엔 결혼을 준비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결혼하는 이유를 내 안에서 찾지 못해서 자괴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겠다. 우리의 결혼은 가부장제로부터의 지령이었다. 나는 그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그 망할 가부장지에 굴복하고 그들의 요구에 따랐다. _122p.
나라도 나의 자아를 다시 꽉 붙잡아 본다. 나는 아무개가 아니라 강수하다. 타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박 씨 집안 역할놀이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것은 그들이 말하는 가족의 정의와도 거리가 멀며, 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나의 가족이 따로 있다. 명절마다 꼭 한 번씩은 이혼을 마음속에 떠올려 보게 된다. 내가 결혼만 안 했어도 이런 부당한 채무 관계없이 자유롭게 살 텐데, 하고 생각한다. 아마 이혼만이 이 문제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애초에 나는 남편과는 맞아도 결혼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_142~143p.
연애도 결혼도 스펙처럼 간주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도 내 스스로를 연애 시장의 매물로 내놓기를 게을리하지 못했다. 그게 얼마나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었는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연애나 결혼이 아니라 취미, 친구, 성취감 같은 것이었다.
나는 파트너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안정감과 행복은 원래 내 것이어야 했다. 싱글 시절의 나도, 동거 시절의 나도 응당 누렸어야 마땅한 것이었다. _229p.
#아주독립적인여자강수하 #강수하
#원더박스 #에세이 #페미니스트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