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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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늦은 밤에 읽자니 상상되는 표현들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몇 페이지 읽다가 환할 때 읽곤 했는데, 막상 읽고 나면 단편 하나하나가 애틋하고 애잔한 건지.... 사랑하지만 두 번 다시 품에 안을 수 없는 존재가 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 문장으로 읽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끄덕여지지만 때론 잔혹과 순수를 넘나드는 야마시로 아사코의 호러 미스터리는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 여운을 남기는 글이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 그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초현실적인 현상들은 '어쩌면 있을법한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어쩌면 일상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 그래서 더 실감 나는 이야기들은 담담한 문체로 전하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담은 다정한 인사일지도 모르겠다.

설화적 모티프와 현대적 공포 감성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오래도록 잔잔히 맴도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가 야마시로 아사코의 소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국내 두 번째 출간작이라고 한다. 살짝 으스스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이 있기도 하고 권선징악이 뚜렷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생각이 더 많아졌던 단편집이기도 했다. 상실과 재생을 테마로 한 여덟 편의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 현대판을 읽는 느낌의 '야마시로 아사코'의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에 빠져들 것이다.

태어나지 못한 우리 아이에게도 영혼은 있었을까. 아니면 영혼은 인생의 길이에 비례하여 형태를 이루는 것이라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그럴듯한 영혼이 없었을까. 나는 모르겠다. _45p.

"이모를 죽이자. 강도가 든 것처럼 꾸미는 거야."

후코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돼. 내가 참으면 그만인걸. 어른이 되면 분명 자유를 얻겠지. 그때까지 지독한 짓을 당해도 말대꾸하지 않고 견딜 거야.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_62p.

"모든 경계는 모호해요. 각자 나름대로 현실을 인식하고, 믿는 걸 나름대로 정의해가는 수밖에 없어요." _166p.

"살려.... 줘....... 엄마....."

내 머릿속에서 끝날 환청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으리라. 제일 평화로운 결론이다. 하지만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불행한 일이다. 실제로 여자아이가 목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 그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찾아내서 무슨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내가 정상일까 봐 우려해야 하다니 얄궂기 그지없지만. _190~191p.

각양각색의 인생이지만 하나같이 축복과 비애로 가득하다. 모든 필름이 별처럼 반짝여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영상이 끝날 때마다 나는 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죽은 자의 나라로 떠나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아이들아, 잘 자요.

사람들아, 잘 자요.

잘 자요, 편안하게. _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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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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