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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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비밀을 품고 죽는다. 빅 엔젤은 분명히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가장 끔찍한 사실을 안전하게 숨긴 채로 죽을 테니까. 삶이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또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긴 투쟁이다. 이것이 그의 가장 은밀한 비밀이었고, 그건 결코 죄가 아니었다. 다만 그가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것 뿐이었다. _466p.

이 책의 주인공인 빅 엔젤은 70세에 암 선고를 받고 생일파티가 자신이 죽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생일 주일 전, 100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미뤄 자신의 생일파티와 함께 진행하기로 한 빅 엔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자신의 지난 삶과 현재의 가족들을 회상하는 빅 엔젤. 미국 여자를 만나 어머니와 가족들을 버리고 미국으로 향한 아버지. 빅 엔젤은 첫눈에 반했던 페를라와 가족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지만 자신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병상에 누워서도 자신의 아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남자라니. (로맨틱해!) 하지만 페를라의 매력적인 동생 라 글라리오사에게 한 고백은 충격적이었어. 장례식과 생일 파티를 연이어 준비하면서 바쁜 집안일을 맡아 진두지휘하는 막내 미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곁에 남은 아들 랄로. 시간이 조금만 더 허락된다면 이들 곁에 남아 더 사랑하고 살아가고 싶은 빅 엔젤에겐 일 분 일초가 소중하다.

부모님에게도 열정이 가득한 시절이 있었고, 중. 노년에 이른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은 사랑과 열정은 젊은이들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늘 지나치게 가까워 소홀하게 되는 게 가족이 아닐까? 딸과 와이프의 도움을 받아 아이처럼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목욕 시중을 받으면서도 아버지로서의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마음,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마음앓이를 하는 엄마, 아픈 부모님을 위하 지척에 살며 바쁜 삶을 사는 딸, 그리고 한 사람의 생이 끝날 즈음에야 가족의 자리를 찾았다고 느끼게 되는 이복동생 등 만나면 싸우고, 토라지고 화해하는 모습들은 아이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실제 열렸던 그의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모티브 삼아 쓴 소설이라고 한다. 불과 이틀 사이의 일을 이야기하는 글이지만 과거 회상은 두껍다고 생각되었던 500페이지의 글은 페이지를 멈출새가 없이 넘어가게 한다. 등장인물들의 가계도를 생각하며 읽어야 할 만큼 대가족을 이룬 빅 엔젤 일가의 이야기는 요즘처럼 핵가족화 되어가는 사회에선 보기 드문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는단다. 하지만 오늘은 안 죽을 거야." _147p.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미니는 눈이 따갑지 않은 베이비 샴푸를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빅 엔젤은 훌쩍였다. 물론 딱 한 번뿐이었다. _309p.

모두가 빅 엔젤을 사랑했다. 그는 과묵하고 어두웠고, 조그맣게 슬쩍 웃을 줄 알았는데 그 미소가 여자들 보기에는 참 의미심장했다. 페를라는 어떤 비밀을 알고 있을까?_353p.

그는 딸에게 축복을 남기고 싶었다. 아름다운 말들을 모아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을 충분히 표현할 말은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했다. "우리가 하는 건 말이다, 얘야.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이 답이야. 아무것도 사랑을 막을 수가 없어. 사랑에는 경계도 없고 죽음도 없지." _3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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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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