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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관객이 있었다면 아카데미상도 아깝지 않을 60초짜리 무성 영화였다. 만약 누군가 내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이제부터 나는 그렇다고 해야 한다. 2008년 12월 21일 어느 눈 부신 1분 동안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_ 16p.
먼저 알았고 마음에 담았는데, 어느 날 친구와 연인으로 나타났다. 내가 먼저 보고 마음에 담았던 사람을 우연히라도 마주치길 바라고 찾아다녔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이제 접어야 하나 싶었는데 절친한 친구의 애인으로 나타났다. 요즘 SNS는 이 책의 이야기로 핫하다. _로리 와 _잭 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글은 로리가 버스 보이(잭)을 처음 봤던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에 걸쳐 이어진다. 버스의 차창 너머로 눈이 잠시 마주쳤을 뿐인 버스 보이, 하지만 분명 뭔가 느꼈다고 생각했고 몇 개월을 찾아헤맸지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버스 보이는 세라의 애인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도 나를 알아봤을까?)
'첫눈에 반했던 남자가 내 절친의 애인이 되어나타났다, 당신이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엔 정말 다양한 댓글들이 달렸고, 자매처럼 지내는 세라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 잭이 그 사람이라고 친구에게 말이라도 이야기했어야 했는지?, 또는 세라에게 소개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가볍게 운을 떼듯 이야기했어야 했는지? 등등 물음표가 떠오르지만 어느 한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마지막 몇 페이지의 전개는 폭풍과 같았고, 외전을 달라고 요구하고 싶어지지만 최선의 결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했던 12월의 어느 날. 절친의 애인이 되어 나타난 첫눈에 반한 그. 어떻게 해야 할까? 좀 얄미운 캐릭터도 있어야 하는데, 사랑에 흔들리는 매력적인 인물들, 하지만 사랑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로리, 잭, 세라 그리고 오스카의 삶은 그들의 사랑과 이별마저도 요즘 연애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읽어야 할 선물 같은 로맨스소설로 순식간에 빠져들 것이다.
드디어 현관문 옆에 어색하게 서 있는 세라의 남자 친구가 보인다.
"로리." 세라가 초조한 얼굴로 눈빛을 반짝인다. "잭이야. 잭, 여기는 로리. 내 친구 로리." 세라가 덧붙인다. 강조를 위해.
인사하려고 입을 떼는데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른다. 누군가 내 가슴에 전기 충격 패드를 붙이고 전류 강도를 최대치로 올린 느낌이다. 어떠한 말도 내 입술을 떠나지 못한다.
아는 남자다.
그를 처음 본 날이 엊그제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날. 열두 달 전 만원 버스 2층. 심장이 멎는 듯했던 눈 맞춤.
"로리". 그가 내 이름을 말한다. 그를 다시 만났다는 안도감에 순간 눈물이 터지려 한다. 미친 소리 같지만 나는 그와 우연히 마주치기만을 빌면서 지난 1년을 보냈다. 그런데 그가 나타났다.
...(중략)... 장담과 달리 세라는 결국 버스 보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대신 그를 자신의 애인으로 내 앞에 데려왔다. _42p.
"잭은 멋진 남자야. 정말 잘생겼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백만 개의 자잘한 절충이었던 것 같아. 잭이 절충하거나 내가 절충하거나. 우리 사이의 차이가 우리를 갈라놓을 만큼 커지지 않게 말이야. 그건 끝없이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어.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애를 쓰는 게 과연 사랑일까? 서로를 위한 노력을 말하는 게 아냐. 나를 내가 아닌 누군가로 끝없이 바꾸는 노력을 말하는 거야. 너랑 오스카를 보면 너희 둘한테는 사랑이 참 편해 보이거든. 서로 딱 맞아서 애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_287p.
나는 너무나 오래 잭과 사랑에 빠지기 일보 직전의 낭떠러지를 따라 걸었다. 나는 가엾은 주변인이었다. 이게 진실이다. 그것이 내게 피할 수 없는 뭔가를 깨닫게 했다. 오랫동안 서서히 다가오고 있던 그것. 그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편이 낫다는 인식. 나는 내 인생과 엮여 있는 잭 오마라라는 뿌리를 끊어내야 한다. _410p.
"네가 그때 버스에 올라탔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본 적 있어?" _4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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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