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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미움들 - 김사월 산문집
김사월 지음 / 놀 / 2019년 11월
평점 :

사랑하는 미움들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은 친절한 위로를 건네는 글은 아닐 것 같다는 뉘앙스를 전하는 것 같다.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의 <사랑하는 미움들>은 강렬한 표지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섬세한 감수성으로 전하는 노랫말들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글은 자신의 꿈을 향해 고민하고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스스로를 '가사를 전하는 리스너'라 말하는 김사월, 여려 보이지만 강단 있고 솔직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호흡의 문장들을 읽어가며 김사월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애써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무겁지 않으면서 글 사이사이에 만나게 되는 그녀의 가사와 글에 빠져들게 된다. 가수 오지은의 추천사처럼 김사월이 하는 이야기라면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시절을 누릴 수 있는 시간에 충실하기를, 그리하여 보다 깊고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음악으로, 글로 우리에게 다가와 주기를 바라게 되는 김사월과의 만남이었다.
오늘은 클럽에 다녀왔고 다행히 살아남았다. 언젠가 재수가 좋지 않은 날엔 강간을 당하고 죽임까지 당할지도 모른다. 별로 안 무섭다. 어차피 이곳에 와도, 이곳에 오지 않아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어디서나 욕망 받아야 한다고 배웠다. 엄마도 나에게 입술에 뭣 좀 바르라고, 살 빼고 치마 좀 입으라고 했다. 발이 더 커지지 말라고 사이즈가 작은 신발을 사 주었다. 젊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기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것을 하나씩 들어줄 때마다 내 목소리와 행동을 하나씩 빼앗기는 기분이 든다. _27p.
이 빌어먹을 프리 사이즈 월드에 포함된 기분은 정말 역겹고 자랑스럽다. '프리'라고 말하는 이 작은 사이즈에 내 몸도 들어간다고! 나도 누군가에게 욕망 받을 수 있는 몸을 가진 사람이 됐다고! 나는 그 썩을 카르텔에 들어가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종일 두부만 먹고 올리브 영에서 다이어트 약을 사고, 그러다 욕구불만에 넋이 나가 폭식을 하며 프리 사이즈를 입기 위해 달려간다. 이젠 그걸 그만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어. _34p.
마음이 떠난 건 왜 이렇게 티가 날까? 그걸 보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 웃고 사랑해. 이별이 오면 약간 깜짝 놀란 듯 슬퍼해. 날 사랑하는 사람은 날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나에게서 마음이 떠난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을 가지는 방법도 버리는 방법도 사람들의 개성만큼 각양각색이었다. 그 여정에서 배운 점은 상대가 슬슬 나를 유통기한 지난 빵처럼 대하기 시작한다면 사랑은 끝났다는 것이다. 그럼 있는 힘을 다해 사랑을 버리고 돌아서라. 버리지 않으면 버려지는 게임이므로. _140p.
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러나 예전처럼 나를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_159~160p.
하루가 지나고 인생이 지나간다. 내가 자는 동안 오늘도 누군가는 기뻐하고 괴로워하며, 질투하고 외로워하며 하루를 보내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홀로 죽는 것이 두려워졌다. 언젠가 세상에서 사라질 때 누군가 내 손을 잡아줄 수 있다면, 그런 기분으로 사랑을 찾고 고독해한다. _1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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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