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지음 / 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이 편지는 끝내 부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전하지 못하는 절절한 마음, 내게도 그랬던 사람이 있었고, 그런 시절을 생각하면 그 시간들이 밉고 안타깝기 때문이었겠지, 그래서 사랑이란 감정 앞에 진지해지고 싶지 않았고 애써 모른 척 외면하면서도 완전히 놓지는 못하고 친구인 양 잡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더랬지.... 생각해보면 참 나빴구나, 이기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한 사람이 있다. 정기린의 글은 시절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다. 내게는...

출간 당시에도 sns에서 너무나 핫했던 책을 시간이 흘러 이제야 읽게 되었다. 글을 읽으며 어.... 어... 하다 책장을 덮고 쉬기를 몇 번이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도 절절하고 진득한 그리움, 사랑, 안타까움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는듯해서 한 번에 읽어내긴 어려운 글이었다.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문득문득 궁금해졌다. 무려 4년을 한결같이, 계절이 지나도 한결같이 시처럼, 편지처럼 이어지는 정기린의 글은 절절하고도 애틋한 '연서'일 수밖에...

당신을 처음 만나도록 나를 이끈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를 발견하자마자 깨닫게 되었지요. 이는 지독한 필연, 그리하여 나는 이미 내 의지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요. _011p.

그러나 지금은 네게 돌아갈 수가 없다. 아니, 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결심을 했다. 실패해버렸기 때문에, 길 위의 삶과 고단한 노동을 더는 견딜 수가 없어서, 행여나 너라면 언제든 날 받아줄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나 늦은 밤 네 집 문을 두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_045~46p.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물론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도 날 사랑해야 한다고, 그대에게 나를 종용하고 싶은 마음은 처음부터 지금껏 추호도 없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며 당신에게 사랑받기를 바라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서로로부터 우리가 서로로 인해 자유롭기를 바라니까요. 어떤 필요나 보답으로써 가 아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오직 필연이기를 바라니까요. _066p.

삶이 그늘로 얼룩져 무얼 지표 삼아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도저히 찾아낼 수 없었던 시절, 내게 와서 날 살아가게 해주었고 더 먼 곳 더 너른 세상까지를 꿈꾸게도 해준 사람이 당신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당신의 이정표가 되겠습니다. 당신이 지친 영혼을 쉬게 하러 헤매지 않고 내게 당도하도록, 등대처럼 우뚝 서서 그대 오시는 길을 지켜내고 있겠습니다. _1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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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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