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마다 너에게 소풍을 갔다 - 영국의 시골농장에서 보낸 천국 같은 날들
강은경 지음 / 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시골 농장에서 보낸 천국 같은 날들

런던에서 패션을 공부하며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친구로부터 어느 농장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친구는 아는 언니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 언니는 또한 그녀의 친구로부터 소개받았다고 하는 농장. 어떤 농장이길래 건너건너 이야기될 정도로 입에 오르내리는 농장일까? 농장을 다녀온 지인의 언니를 통해 들은 농장 이야기들은...

"나도, 나도 가보고 싶어."

라는 말이 나오게 했고, 얼마 후 정말 농장을 방문했으며 그 일을 계기로 저자의 삶은 변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에서의 강은경, 영국에선 '제비'라 불리며 살았던 시간들을 겨울 / 봄 / 여름/ 가을에 걸쳐 저자의 이야기와 스케치, 농장에서의 시간들을 담고 있다. 다시 영국을 찾게 된다면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가능하면 투스의 농장에서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유에서 선택하게 된 브라이튼은 런던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의 도시와 농가의 절충안으로 선택한 곳이었다.

친구들과 투스의 농장을 몇 번 다녀온 기억들은 '투스의 농장'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그녀의 삶에 산소호흡기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삶에 이러한 장소, 공간은 있어야 하는데... 저자가 이야기하는 농장에서의 시간들이, 그녀가 어떤 형태로든 농장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과 투스의 넉넉함이 서울로 돌아왔다가 일 년 만에 다시 브라이튼으로 돌아왔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농장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었다. 농장에서의 사계절과 저자의 스케치로 담은 농장의 모습들은 투스의 농장을 가보지 않았지만 상상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농장에서의 시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고 그 시간들은 그녀의 삶에도 영향을 미쳐 문제는 자신 안에 있으며 모든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답답한 마음, 탈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금은 안다. 그게 어딘지에 상관없이, 대도시는 모두가 어떤 형태의 성공과 기대를 가지고 모여드는 곳이라는 것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가고 싶은 길이 있고, 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방향으로 계획하고, 그에 맞춰 시간과 노력과 돈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것이다. 그래서 도시에서의 삶은 높은 장대 위의 곡예다. 긴장을 늦추는 순간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위태로운 지경에 놓이기 너무도 쉽다. 런던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대열에 끼게 되었다는 걸 안 건 시간이 꽤 많이 흐르고 나서였다._026p.

도시에 살면서도 삶은 거칠었고 마음이 힘들고 지친 가운데 찾은 그곳에서 나는 내 팔다리가 옷을 입는 데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떻게 이런 걸 잊고 지냈지?' 하며 어이가 없을 정도로 나는 새로운 환경과 일상에 처음 걸음마를 매우는 사람처럼 덤볐다. 몸에 익지 않은 일을 하느라 마음과 혼란스러운 정신이 오히려 쉬고 있는 걸 느꼈다. 생각들로 과부하 되지 않게 알아서 내려가는 '두꺼비집의 고민 차단기'라도 있는 것처럼._061p.

농장은 나에게 산소호흡기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숨이 찰 때마다 필요한 생명 유지기.... 다녀오면 어느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 _065p.

고통은 좋은 거라니... 아직은 그래도 느낄 수 있는 거잖아... 아프다고, 그마저도 못 느끼면 다 죽어가도 괜찮은 줄 알고 살았을 테니, 내가 이렇게 약한 줄도 모르고 계속 살았을 테니. 통증이 없으면 죽어도 죽은 줄 모를 것이니.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은 좋은 거다. 통증은 죽게 하는 게 아니라 살 수 있게 하는 것이어서..._146p.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안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은 잘 안 듣게 돼. 왜냐면 실제로 하는 걸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있거든!" ... (중략)... 농부의 삶에도 그리고 농사를 짓는 것에도, 빵 같은 필수불가결한 전제가 있다. 농부가 되고 싶다면, 노동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작은 것 하나 힘들이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농장에 있으면서 머리가 아니라 추위에 곱은 손과 흙으로 범벅된 소매로 알게 되었다. _156~157p.

밤은 어두운 게 정상인데 우리는 밤에도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빛을 쓰니까 밤도 낮처럼 살아야 한다. 끝이 없고 쉼이 없는 저녁의 이유치고는 좀 슬프다. 밤에도 공부해야 하고 일해야 하고, 필요하면 열심을 내야 한다. 하지만 농장에서는 밤에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다._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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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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