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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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혼자인 게 정말 좋은가? 생각해볼 때가 있다. 1년, 360일 이상을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그 가족이 숨이 차도록 버거운 날이 있다. 이런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가라앉다가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날 보며 '시간 낭비'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아... 정말 혼자이고 싶다.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요즘이었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을 잡으려 애썼고, 닥치는 대로 읽는 글 속에서 뭔가를 잡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책을 읽기 전 제목과 책표지를 보고 이미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혼자가 혼자에게>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 건네준 책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는가? 마음에 안부를 묻는 글 같았다. 힘들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런 상황을 버텨내는 사람의 방식도 다양하듯 오롯하게 살아가는 시간을 조용히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글이었다. '계절을 타느라 마음앓이 하는 중이야.' '지금은 더 많이 흡수하기 위해 메말라가는 과정일 뿐, 좋은 신호를 위한 잠재적인 시간으로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번에도 큰 위로와 위안을 받았던 <혼자가 혼자에게>, 그냥 읽어야 할 책이다.

2005 #끌림

2012 #바람이분다당신이좋다

2015 #내옆에있는사람

2019 #혼자가혼자에게

13p.

뭔가를 빨아들이려면, 작은 것을 커다랗게 느끼려면, 미지근하기만 한 대기를 청량한 것으로 바꿔서 받아들이겠다면 어느 정도 메마른 상태여야만 가능하다. 물론 이 사실은, 여행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엄살을 부리며 사는 건 그래서다. 우리가 자주 메말라 있는 것은 곧 좋아질 거라는 잠재적 '신호'가 왔음을 알려주는 것.

16p.

당신이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혼자인 당신에게 위기가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 막막함으로부터 탈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혼자 시간을 쓰고,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그에 대한 답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닥쳐오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그 외로움 앞에서 의연해지기 위해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써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목숨처럼 써야 한다.

122p.

우리는 언제든 혼자일 수 있으며 혼자더라도 당당할 수 있으니 혼자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가끔 혼자이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분명 어딘가 도달할 점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내 밑바닥의 어쭙잖은 목소리를 스스로 듣게 된다면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다는 것을. ... (중략)... 고독을 모르면서 나이들 수는 없다. 혼자인 채로 태어났으면서 애써 고독을 모른 체한다면 인생은 더 어렵고 더 꼬이며 점점 비틀린다. 고독의 터널 끝에 가보고 고독의 정점과 한계점을 밟고 서서 웃는 자만이 '혼자를 경영'할 줄 아는 세련된 사람이 된다.

204p.

인스타그램에는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애하는 모습이 모습만으로 좋아 보여 모르는 사람임에도 응원 삼아 팔로우를 했는데 얼마 후 한 사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별 후에 과거의 장면까지 모두 삭제한 것이다. 삭제 키를 누를 때의 손가락은 어느 정도 마취를 한 상태였을까. 한때는 들끓고 암팡졌던 감정들을 지우는 손가락의 감정이 궁금하다.

247p.

만나고 있다고 다 사랑하는 건 아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그녀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이 몇 번이나 나왔다면 이미 잔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고 그걸 주섬주섬 봉합하려는 너는, 이성 때문에 그러는 것이지 네 영혼이 시켜서가 아닌 거다. 무슨 얘기냐 하면 가만히 네 영혼에게 물어보라는 이야기다. 네 사랑을.

297p.

지독히 혼자라서 하늘이 유난히 푸르게 보일 것이고, 음악은 저릿저릿하게 스며서 마음은 자주 너덜너덜해질 것이고, 자유는 어떤 무자비함으로도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지랄맞은 혼자인 채로 혼자가 아닌 세상 모든 이들에게 왜 당신은 혼자가 아니냐는 물음은 참을 것이다. 딱히 어떤 결과를 바라서는 아니겠지만 혼자 있을 핑계로 나는 모든 계절을 탈 것이고 좀 더 잔혹하고 괴팍한 외로움을 즐길 것이다. 그러다 혼자에게 말을 걸어 괜찮냐고 물을 것이다.

#책소개 #신간소개

#이병률 산문집

#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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