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자 1~5 박스 세트 - 전5권
김보통 글.그림 / 예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스물여섯, 가을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남자. '당신은 곧 죽습니다.' 도 아니고 그저 '감기네요'라는 병명을 이야기하듯 말을 하는 의사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암 환자의 고통은 짐작만 할 뿐이다. 아프고 힘들다던데, 병원비도 많이 든다던데... 치유가 가능한 암이어도,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암이어도 환자와 가족들에겐 큰 시련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감히 그들의 고통 앞에서 '미루어 짐작해요'라고 말을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스물여섯 암 환자의 일상과 꿈속에서 사막의 왕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데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쉼표처럼 생각할 수 있는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었지만, 결국 울컥과 오열을.... 나이 들어갈수록 다른 소망은 크게 없는데, 심하게 앓고 나면 한 번씩 생각하게 되는 '고통'과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부디 살아있는 동안 큰 고통 없이 살다 잠자듯 안녕하기를...

_아만자1권

스물여섯, 가을 암을 선고받았다.

억울하진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당신은 곧 죽습니다."

그렇게 얘기해줬다면 좀 더 실감이 났을까?

_아만자2권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는 것.

뭐 당연한 얘기긴 하지만,

통증으로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늘어나는 병원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느낌이 다르다.

너는 내 마음을 몰라. 슬프지 않으니까.

해결이 될 수 있는 거라면, 그건 슬픈 게 아니야.

슬프다는 건 뭘 어쩌겠다는 생각도 할 수 없이 그저 슬픈 거야.

그저 슬퍼할 수밖엔 없어.

슬프다는 건 그런 거야. 그래서 더 슬프지.

_아만자3권

숨쉬기가 힘들어 검사를 하니, 심장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고 한다.

너무도 담담하고, 일상적이며, 감흥 없는 의사의 말에 나는 놀랄 수도 없었다.

의사는 침몰하는 배에 구멍이 하나 더 생긴 것을 보고받은 선장 같았다.

"놀랄 것 없다. 구멍이 하나 더 생기든, 덜 생기든 침몰하는 과정일 뿐이다. 결말은 똑같다."

그래 나는 침몰하는 중이다.

나는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고,

침몰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_아만자4권

아파? 왜 아파? 어디가 아픈데?

온몸이... 잘게 잘게 부서지는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아팠어.

어? 밖에서도 부서지는 거야?

아무래도 나... 암 환자인가 봐.

응? 뭐라고? 아만자?

네 이름이야? 멋지네! 아만자!

남겨지는 것을 무서워해서.

잊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서.

흉이 지는 것을 걱정해서, 그래서 미안해.

그래서

외로운 길을 혼자 걷고 있는 당신을 더 외롭게 만들 뻔해서

그래서 미안해.

다음은, 나중은 생각하지 않을래.

얼마나 큰 흉터가 남게 될지도 두려워하지 않을래.

아니, 절대 지워지지 않을 흉터로 내게 남아줘.

부탁이야. 내게 남아줘.

_아만자5권

무서워..

내가 더 무서워.

네가 뭐가 무서워.

나는 살아야 하잖아.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꾸역꾸역 살아야 하잖아.

그렇게 그렇게 혼자 기억하면서 살아야 하잖아.

끈 떨어진 풍선처럼, 돛 없는 배처럼, 어디로 가는지,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계속 떠돌면서 살아야 하잖아.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데... 나쁜 새끼...

미... 미안... 미안해...

나는 분명히 살았으니까.

나를 지켜봐 준,

나를 사랑해준,

항상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의미가 되었으니까.

바라는 게 있다면,

부디, 부디 모두가 깊은 슬픔에 빠져 있지 않길.

나를 잊지 말아 주길.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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