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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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2015~2018년까지의 단편 모음집은 '시절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문장을 읽어가다 멈추기를 몇 번, 다시 돌아가 읽어도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헤아려지지 않기도 하다가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글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소설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였을까? 개인적으론 살짝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글이기도...

9월 시작, 계절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하늘과 구름의 변화도 반가워서 책을 읽다가도 수시로 멍하니 밖을 보게 된다. '그래, 예쁜 계절이 돌아왔구나.'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대부분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좋다!' 말하고 느끼기도 무섭게 다른 계절로 성큼, 들어서 버리곤 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았던가? 생각해보게 된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붙드는 일,

삶에서 우리가 마음이 상해가며 할 일은

오직 그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13p.

선배는 좋다 나쁘다 괜찮다 싫다를 넘어 그냥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이었고, 누군가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십 대 시절의 감각과는 다른 것이었다.

33p.

관계의 끝이란 그렇게 당사자 사이의 어떤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당사자들과 제삼자 사이에도 오는 것이었다. _ #체스의모든것

54p.

마지막에 읽은 건 <유리 동물원>이라는 작품의 독백이었다. 은수가 "내가 대륙 제화회사에 반한 줄 아세요? 아침마다 어머니가 내 방에 들어와 '일어나서 기운 내자!' '일어나서 기운 내!' 하고 소리칠 때면 난 혼잣말로, '죽은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한다고요. 그래도 난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하는 거예요! 한 달에 육십오 달러를 벌기 위해 하고 싶은 것, 모든 꿈을 포기하고 말예요!'라고 읽었을 때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그렇게 침묵을 지키다가 각자 가방을 들고 반대 방향의 전철을 탔다. 우리는 정말 내일 출근을 해야 했으니까._ #사장은모자를쓰고온다

78p.

기는 나의 그런 감상적인 성격이 문제라고 했다. 인생이란 열기구와 같아서 감상을 얼마나 재빨리 버리느냐에 따라 안정된 기류를 탈 수 있다고 아무것도 잃으려 하지 않으면 뭘 얻겠어, 하고 충고했다. _ #오직한사람의차지

148~149p.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태고디는 것이다. _ #문상

220p.

누군가가 남긴 유산으로 하는 결혼이란 지독한 블랙코미디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리 나쁘지 않은 순간들을 맞으면서 지내고 있었다. 어떤 불행이 올 것인가 살피지도 않았고 아무 나쁜 일이 없으리라 낙관하지도 않았다. 다만 생이라는 것이 우리를 위한 최소한의 자비 같은 것을 남겨놓아 비정하게 말하자면 숙부가 죽고 우리가 다시 만나 결혼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여겼다. _ #모리와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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