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 표정훈, 그림 속 책을 탐하다
표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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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호기심으로 써 내려간,

그림 속 책에 담긴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책이 배경이 되거나 소품인, 또는 주인공인 그림의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그림에 책이 있었어? 하는 그림들도 있는데.... 과연 그림 속 그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던 걸까? 그 책은 무엇이었을까? 화가와 그림 속 인물이 나누었을 대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 그림 등 국내외 잘 알려지지 않는 화가의 흥미로운 작품에서 38권의 책을 발견하고,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상상력으로 풀어낸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은 제목처럼 매일 밤 잠들기 전 한두 챕터씩 읽어갔던 글이다.

1부 독서의 위안

2부 그녀만의 방

3부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4부 자유의 주체자들

5부 책, 삶이 되다

서점을 찾아가는 일보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비중이 90% 이상 늘었다. 동네 책방들이 찾아보기 어렵게 된 건 예전만큼 책을 많이 찾지 않기 때문일까? 서가 사이를 거닐며 책등을 보고 책을 골라내고 종이의 질감과 냄새를 맡으며 읽을 책을 골라가는 과정을 꽤 즐겼던 거 같은데.... 그런 아련한 향수도 불러일으키는 저자의 글은 그림, 책,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았다.

8p.

책의 황혼, 책의 종언을 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통적인 종이책 대신 전자매체가 득세한 지 이미 오래다. 디지털. 온라인. 모바일 시대다. 그래서일까? 책이 녹아든 풍경, 책 읽는 장면은 오늘날 빠르게 드물어져 간다. 책과 독서의 풍경은 급기야 추억의 풍경. 기억 속 장면이 되어버리지 않을까도 싶다. 이 책은 그러한 풍경과 장면의 작은 역사이자 그림에 대한 나의 '제멋대로 생각'이기도 하다.

25p.

"읽지도 않는 책을 왜 그리 많이 사고 또 사느냐?"

대답은 늘 같았다. "책 맛은 꼭 읽어야만 맛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제목만 읽어도 책 절반은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책을 사는 순간, 책을 보는 순간, 반은 읽고, 아니 맛보고 들어가는 셈이다."

31p.

책 좋아하여 잔뜩 쌓아놓기는 해도 좀처럼 읽지는 않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조롱 받아야 할까? 아니다. 그런 사람도 책 표지만은 읽지 않겠는가. 표지에 실린 제목과 저자, 출판사 정보만 접하더라도, 표지 디자인과 장정을 감상만 하더라도 그 사람은 충분히 독서인이다. 독서 가운데 뜻밖에 보람과 유익이 큰 독서는 바로 '표지 독서'다.

72~73p.

평론가 김현이 말했다. "책 읽기가 고통스러운 것은, 책 읽기처럼 세계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책 읽기가 행복한 것은, 책 읽기처럼 세계를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고통도 행복도 세계와 책 사이 결코 건널 수 없는 간격이 있다.

236~237p.

'책은 만인의 것'이라는 말이 있다. 책이 실제로 만인의 것, 모든 사람의 것이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만인이 문자를 해독할 수 있어야 하고, 만인이 책을 살 수 있어야 했으며, 지배 계층의 입맛에 맞는 책만 허락되는 현실을 무너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251p.

클릭 몇 번으로 책을 찾고 주문하여 받아보는 온라인 서점이 대세지만, 온라인 서점은 삶의 기억과 개인의 역사가 깃드는 '장소로서의 서점'은 아니다. 1968년 국제 출판협회(IPA)가 공표한 '도서 헌장'에 따르면 "도서는 단순히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상품만은 아니다. 도서는 인간 정신의 표현이며 사고의 매체이며 모든 진보와 문화발전의 바탕이다." 이를 다음과 같이 '서점 헌장'으로 바꿔 봐도 좋겠다.

"서점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매장만은 아니다. 서점은 인간 정신 교류의 장이며 생각의 발전소이며 모든 진보와 문화발전의 바탕이다."

272p.

그림 속 책이 어떤 책이든 그것은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탐색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타인을 아는 것과 자기 자신을 아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쉽게 답하기 힘들다. 독서는 세상과 타인을 좀 더 깊이 넓게 이해하도록 도와주지만, 그것의 가장 깊은 차원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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