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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 우리에겐 애쓰지 않고도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김유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김유미 작가의 글과 삶은 ‘한번쯤’ 꿈에 그려봤던 인생일지도 모른다. 직장을 다니며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했을 뿐인데 정식 화가가 되었다. 직장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 상사와 선배들의 눈치도 봐야하고 일도 해야하는데 취미가 같다면 업무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야한다. 일과 취미, 개인적인 삶은 어느새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기엔 경제적인 활동이 뒷받침 되지않아 회사를 다녀야하겠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집에서 10분거리. 가볍게 취미로 시작하려고 다니던 화실에서의 몇 시간이, 몇 개월이 되고 화실을 다니는 학생들과 전시회를 하기도 하며 그림에 대한 애착이 조금씩 커지고 자신의 일상도 조금씩 변화히기 시작한다. 그림마다 작가님의 ‘갬성’이 묻어나 다른 그림들도 무척이나 궁금해져서 작가님이 개인전을 하신다면 꼭! 가보고 싶기도 하다. 김유미 작가의 일상과 그림들을 보며 고작 어반드로잉 몇 개월의 끄적임으로 ‘나도 잘 그리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헌신하라, 몸의 변화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는다.’ (225p.)
무엇을 위해 출근을 하고 있는가? 돈을 버는가? 그러면 이러한 활동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난 어떻게해결하고 있는가? 내가 돈을 떠나 정말 좋아서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시간에 쫒기며 살고 있진 않은가? 내 삶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글이었다. 애쓰고 있지만 되는일 없이 힘들다고 생각될 때, 사직서를 품고다니는 이들에게 일독해보길 권하고 싶은 글이기도 했다. 어제가 ‘입추’ 였다고 한다. 이 무더위도 곧 가실테니 책읽기 좋은 계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051p.
그림을 배우고 그리면서 “나도 당신처럼 잘하고 싶어요.”라는 칭찬을 가장한 부러움이 무례한 표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노력하고 투자한 것은 보지 못하고, 눈앞의 결과물만을 보고 경솔하게 판단한 것이었다.
124p.
그림을 선물한다는 것은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림을 받을 상대의 표정을 상상하는 일은, 그림을 아름답게 그려야 한다는 최고의 동기가 된다. 내 마음이 전해진다면 충분하다.
138p.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7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가 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에 미치는 시간을 쏟아부을 필요도 없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오랫동안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여전히 서툴고, 앞으로도 서툴 테지만 계속해서 그려나갈 것이다. 인생이라는 그림도 함께 그리기에 외롭지않다.
191p.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 무언가를 갖고 싶은 것, 무언가를 먹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모여 꿈이 된다. 그림을 그냥 그리고 싶어 해도 되고,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해도 된다. 그림이 아닌 다른 것이어도 괜찮다.
취미나 놀이를 하는 어른들은 늙지 않는다. 대화하고 사고하는 방식이 확실히 다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가장 자신 있던 시절의 모습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244p.
나는 미술을 전공한 적은 없지만 직장인이면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가끔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있으니 나도 감히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나의 든든한 지원군은 직장이다. 내 삶의 상당한 부분을 직장 생활에 내주고 있지만 어쩌면 직장은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최적화된 장소일지도 모른다. 회사를 잘 이용하면 된다. (어찌됐든 회사는 나에게 물감을 살 돈을 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