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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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며 ‘여자’라서 불편하고 부당하게 당했던 일들. 많았다. 학창시절 수업 시간 체벌을 핑계로 팔뚝살 안쪽의 연한 살을 꼬집거나, 칭찬을 하는 것처럼 어깨를 보듬어안고, 등을 쓰다듬기도 했던 남자 교사들. 하지만 ‘하지 마세요!’라고 할 수 없었던 건 ‘선생님이니까.’ 그가 나에게 부당한 점수를 줄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회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회식을 빙자한 술시중, 내키지 않는 브루스 타임, 업무 중 스킨십 등등 그 시절 지금 같은 미투, 페미니즘 같은 의식이 있었더라면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동생들과 어린 조카들이 노는 걸 지켜보면서 저 아이들이 앞으로 학교를 가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우리가 학교나 사회에서 겪었던 부당함을, 또는 불쾌함 들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6편의 단편 모음집 [새벽의 방문자들]은 불편하지만 읽지 않을 수 없는 글이다. 이 글들을 ‘픽션’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내가 경험했거나 가족, 또는 내 이웃이 경험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누구에게 이 부담함을 이야기해야 할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하기에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도 모르겠는 감정들은 글을 읽으며 때론 울컥하고, 화가 나기도 했으며 두렵기도 했다. 응. 이거 네 얘기야.이 글을 보고 있는 너, 바로 당신.(42p.) 이 문장이 그렇게 사이다 일수가 없더라구요! 쳇증처럼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한편 덮을 수 없어 쉼 없이 읽었던 글, 불편하고 부러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지만 보다 많은 이들이 읽고 소리 내어 이야기해서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침묵으로 무마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10p.

온라인상에 글을 쓸 수 있는 곳은 넘쳐났다. 입력창이 뚫려 있는 곳이면 어디든 누구든 배설하듯 글을 토해낼 수 있었다. 깜빡이는 커서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 그곳에 되는대로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르면 그대로 활자가, 단어가, 문장이 되었고 일 초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아무렇게나 나뒹굴며 노출되었다.

42p.

“야, 너 이거 설마 내 얘기야?”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에이, 나 소설가잖아요. 이것도 다 소설이에요. 원래 소설가는 작가 노트도 소설로 쓰는데? 몰랐어요?”

그러면서 속으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응. 이거 네 얘기야.

이 글을 보고 있는 너, 바로 당신.

163p.

소외된 자들, 거리의 사람들, 그런 문구를 볼 때마다 밀려오는 강렬한 감각은 구역질이 날 듯한 악취뿐이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차별받지 않는 세상, 항상 그런 식의 말을 외쳤지만 다가가기 싫고 마주하기 싫은 인간들이 도처에 있음을 보라는 알았다.

281p.

페미니즘 소설이란 이제 하나의 장르다. 소설로 발화된 픽션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나와 자매들의 이야기를 닮은 소설들을 따라가보면 젠더, 섹슈얼리티 같은 추상적 개념들이 결혼, 연애와 같은 삶의 과정이자 제도들과 더불어 일상을 지배하며 우리의 몸과 영혼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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