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출간전, 도서 제목을 맞추는 이벤트에 당당하게 오답을 제출했다. 아니!! 어떻게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맞고 죽을 수가 있냐고... 그럼 당당하게 이런 제목을 쓸 수 있었을까?

부조리한 상황, 부조리한 트릭과 복선

하지만 이상하게 납득 가는 이야기!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작부터 심리 미스터리 소설인가? 갸웃하게 된다. ‘ABC 살인사건’을 읽고 사람의 심리를 날것 그대로 본듯한 섬뜩함에 책 읽기를 잠시 멈추기도 했다. 주문같이 등장하는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는 문장은 어쩌면 타인의 행동에 가려져 자신의 호기심과 무차별적인 폭력이 용인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심지어 글을 읽는 나조차도 자살이 아닌 타살을 하는 상상을 해보았던가?라는 생각으로 나를 검토해보게 되기도 한다. 이후 이어지는 ‘사내 편애’는 조직 운영에 사람의 감정과 학연, 지연을 배제한 기계가 도입되면서 공정하다도 생각되었던 시스템에 의혹을 갖게 되는 단편이었는데 감정을 갖는 기계.. 영화로도 꽤 만들어져서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제목도 독특하지만 이건 말이 되나? 싶은 상황도 이상하게 납득이 된다.

스릴러라 하기엔 SF 적인 요소도 있고, 조금 고전적인 느낌도 들지만 글을 읽다 보면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트릭 속에 빠져들게 되고 함께 추리를 하다 보면 어!! 하고 뒷목을 잡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 그러했는데... 두부에 너무 빠져 있어서 책표지 영상을 찍으며.... 두부 한 모를 희생시키려다 엄마한테 걸려서 내가 희생될 뻔... (네,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면 혼나요.) 스릴러가 반갑고 신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34p.

D 동네에서 이니셜 D인 사람이 연달아 살해된다.

지금이라면 D 동네의 D라는 인물만은 살인이 허가되기라도 한 듯, 면죄부라도 얻은 듯 편승범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모두 지금이라면 연쇄 묻지 마 살인에 섞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혈안이 되어서 D 동네를 찾아다니며 필사적으로 D를 골라서 죽이고 있다. 그런 인간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 번쯤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녀석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

불특정 다수가 품은 저주와도 비슷한 어두운 상념이 도시의 밤, 깊숙한 어둠 속에서 분출되는 듯하다. ... 중략....

그건 그렇고 앞으로 D가 몇 명이나 더 살해될까. 편승범은 계속 나올 테고.....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불현듯 무시무시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 참, 나도 도가야(D)의 단다(D)다...../#ABC살인

48~49p.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호소도 있었지만 상대가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다는 이유로 그런 의견은 이내 흐지부지되었다. 기계에게 사생활을 보인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인간이 보는 것도 아닌데. 마더컴이 눈과 귀로 모은 정보는 당연히 인사에 반영되었으나 합리성을 우선시했다. 이로써 사람들은 인간관계의 알력으로 인한 무의미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다. 파벌 항쟁은 의미를 잃었고, 납득할 수 없는 연줄 인사도 사라졌으며, 얄팍한 정신론을 바탕으로 한 부조리한 상사의 질타도 없어졌다. /사내편애

76p.

파랗고 작은 램프가 가만히 이쪽을 향하고 있다.

“지원 번호 586번, 일어나세요.”

마더컴은 차분한 남성 합성음으로 말했다. 586은 내 번호다.

“네.”

나는 힘차게 일어났다.

“너, 불합격.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사내편애

190p.

박사는 시신 주변을 둘러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 시신 주변에 흩어진 것에 절로 눈길이 간다. 두부다. 두부가 사방으로 쏟아져 있다. 산산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진 두부 파편. 그것은 시신의 머리 주변을 중심으로 쏟아져 있었다. 딱 두부 한 모 정도의 양이려나. 이 실험실에는 사람을 때릴 만한 모난 물건이 하나도 없다. 그 와중에 두부가 들어 있던 작은 알루미늄 냄비가 시체의 발밑에 뒹굴고 있다. 아무리 봐도 시체는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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