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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9년 5월
평점 :

어떻게든 되겠지, 언젠가는 어떻게든 되겠지... 마치다 고우의 <어떻게든 될 거야>는 어떤 오래일까? 반복되는 구절들은 한두 번 읽었을 뿐인데 입안에서 맴돌게 된다.
꽤 오래전인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든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고 하루가 저물기를 같은 장소에서 4년을 거의 쉼 없이 해왔었고, 매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반가운 단골들도 늘어갔는데, 결국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매장을 정리했어야 했다. 그 당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이 ‘오래도록 같은 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을까?’였다. 워낙 번화가이기도 했지만, 결국 자본에 밀려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을 지나 지금은 정체기의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오늘도 자영업자로 하루의 시작을 열고 닫는 삶을 살고 있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햄버그집 ‘주주’. 할아버지도 매장에서 일하다 돌아가셨는데 미쓰코의 엄마도 ‘주주’에서 쓰러져 돌아가셨다. ‘주주’의 마스코트와도 같았던 엄마의 빈자리가 크지만 주주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힘차게 ‘주주’의 하루를 시작한다. 먼 친척인 신이치, 미쓰코 대에서 주주의 대가 끊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주주에서 아버지와 함께 햄버그를 만들며 남아준다. 신이치와의 미래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연인이었던 그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글을 읽으면서도 가족인데 연인이었다가 다시 가족으로... 참 심플하네?!
주주를 중심으로 각자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오늘 내가 살아가는 시간들을 돌아보며 ‘함께 힘내요!’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응원이 되는 글, 주주.. 익어가는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지는 밤이다.
13p.
어쩌다 이렇게 멀리까지 왔을까. 어느 틈에 부모가 죽고, 이런 나이가 되다니. 믿기지 않는다.
30p.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좋은 쪽으로 꾸역꾸역 끼워 맞춰 생각한다면 물론 좋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자기 최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것이 인생이다. 그저 그뿐이다.
37~38p.
인생을 단순하게 산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마치 서핑 같다. 파도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니, 늘 그때그때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틀린 모습이 되어도, 의도만 유지하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만사는 단순해진다.
71p.
간판의 불을 끌 때면, 인생이 한 번 끝난 기분이 든다. 매일이 그랬다.
119p.
자식은 내 것이 아니다, 세상 어딘가에서 크고 있고, 가끔 만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좀 일찍 부모를 떠났을 뿐 아니니.
121p.
계산대 앞에서 신이치의 어머니가 ‘기부금’이라면서 만 엔을 내밀었다. 아니에요, 하고 물렸지만 끝까지 받지 않고는 얼른 가게에서 나갔다. 돌아보지 않은 채 밤길을 춤추듯 걸어가던 뒷모습이, 재빨리 택시를 잡아타고 휑하니 멀리로 사라졌다. 마음속으로 손을 흔들었다.
거기에는 각자의 인생이 있고, 딱히 서로를 싫어한 것은 아닌데 헤어지는 수밖에 없어 헤어지고 만 길이 있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