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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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새 도시국가는 ‘타운’, 대기업에서 도시를 인수하며 기존의 원주민도 새 도시국가의 주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총리단은 무분별한 밀입국을 막기 위해 주민 자격을 두기로 결정하고 원래 살던 곳의 주민도 추방, 얼마 되지 않는 그들의 재산까지 공공 자산으로 압류하기에 이른다.

원주민이 떠난 주거지는 빠르게 철거되었는데, 사하맨션의 공사만은 연기되었다. 주민도 될 수 없고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사하맨션으로 숨어들기 시작하면서 맨션 사람들도 평범한 삶을 이어가게 된다. 그렇게 40년.. 이 흘렀다.

불안전한 시대,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고 저마다의 사연으로 숨어 살아가는 사하맨션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론 애잔하고 비장하기까지 하다. 도경과 수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진경이 도경의 행방을 찾아헤매고, 그런 진경을 바라보는 사라. 만, 이아, 꽃님 할머니와, 우미의 이야기에 이르러 도대체 이러한 사회구조를 만든 총리단이라는 단체가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실험실에 갇힌 우미를 놓고 진경과 딜을 하기 원하는 연구소, 진경이 총리관을 습격해 총비서라는 인물과 마주치게 되면서 사하맨션 인물들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왔던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진경은 홀로 마주하게 된 진실 앞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비참한 생의 종착지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유일한 세계. 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지켜낼 수 있을까?

오늘, 우리의 삶과 달리보게 되지 않는건 차별과 혐오의 현상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맴도는 글이었다.

씁쓸한 여운이 꽤 길게 남았던 글이었지만 이후의 스토리가 더 있었으면 하는 글이기도 했다.

51p.

“우리는 누굴까. 본국 사람도 아니고 타운 사람도 아닌 우리는 누굴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뭐가 달라지지? 누가 알지? 누가, 나를 용서해 주지?”

97p.

연화는 문득 다 놓고 싶어졌다. 그래서 안 하겠다고 대답했다. 안 하겠다고, 아무 일도 안 하고 싶다고, 이제 자신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말하자 소장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 굶어 죽게?

“굶어 죽는 게 낫겠어요. 소장님이 소개해 주는 일들 아무리 열심히 해 봐야 몸만 바스라질 뿐이라고요. 인생이 뒤집힐 일 아니면 이제 연락하지 마세요.”

112p.

“난 이제 지렁이나 나방이나 선인장이나 그런 것처럼 그냥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미안하지만 언니, 오늘은 나 괜찮지 않아.”

117p.

“우리,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서로 미안하지? 나한테 진짜 미안해야 할 사람은 누구지? 아무도 내게 사과를 안 해. 누군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요즘 분해서 자꾸 눈물이 나.”

362p.

궁금하면 가 봐. 가서 한번 당겨 봐.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모든 것들이 봉인된 상자. 호기심으로 인해 그 상자를 열어보는 여자. 상자에서 튀어나온 욕심과 증오, 질병과 죽음, 모든 재앙들. 판도라는 황급히 닫아 버리고 상자 안에는 ‘희망’이 남았다는 낡고 뻔한 이야기. ... (중략)... 진경은 있는 힘껏 손잡이를 당겼다.

눈앞에 펼쳐진 허공.

회의실이 없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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